전국 재개발지역 피해 주민들이 지난 4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주거권사수 총궐기대회’를 열고 뉴타운·재개발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MB·오세훈 전 시장, 뉴타운·서해뱃길 ‘강행’
‘사퇴 파국’ 근본 원인도 소통부재의 부산물
정치적 잣대 벗어나 시정 폭넓은 수렴 절실
‘사퇴 파국’ 근본 원인도 소통부재의 부산물
정치적 잣대 벗어나 시정 폭넓은 수렴 절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뉴타운 사업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렸는데 강행하더군요.” 당시 서울시 주택정책을 담당했던 한 간부의 말이다. “1개 뉴타운 지구 안에 20여개 구역이 들어가는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면 부동산값 폭등에다 전세난이 심해지고 세입자들이 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건 뻔한 이치죠.”
이 간부뿐 아니라 상당수 시 간부들도 왕십리·길음·은평 등 3개 뉴타운 지구가 동시에 추진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뉴타운 사업은 실패로 귀결돼,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소통 부재의 일방통행형 리더십을 보여주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박빙의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오 전 시장은 “지지하지 않은 많은 분들의 뜻도 깊게 헤아려 균형 잡힌 시정이 이뤄지도록 유념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지만, 이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의 일방통행식 시정의 대표적 사례가 서해뱃길이다. 오 시장은 서울 용산에서 서해까지 나가는 뱃길을 한강에 내는 서해뱃길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 서울시 간부는 “서해뱃길은 이명박 전 시장을 비롯해 많은 시장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 포기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과 언론의 반대도 극심했다.
그런데도 오 시장이 계속 서해뱃길에 집착을 보이자 담당 부서가 사업 타당성을 끼워맞춘 용역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근거로 사업을 강행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물류운송 전문가인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최근 ‘서해뱃길 조성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 보고서에서 “유람선 수요예측조사 대상자의 83%가 관광요금이 하루 1인당 5만원을 넘으면 유람선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는데 서울시 용역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며 “한강~서해 선박운항시간도 실제는 5시간~5시간30분이지만 1시간30분으로 상정하는 등 시 보고서는 사업 타당성에 불리한 사실을 왜곡·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례가 알려질 때면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 참여한 ‘영혼 없는’ 전문가와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조직 수장이었던 오 시장의 리더십이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오 시장이 새 정책을 추진할 때 자기확신에 사로잡혀 다양한 여론 수렴은 물론 조직 구성원들과의 내부 소통에도 소홀했다는 것이다. 한 시 간부는 “리더 주변에는 듣기 좋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간부들이 시장 보고 때 시정에 대한 시중의 평가나 비판 여론 등을 전해줄 수 있도록 시장이 허심탄회한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오 시장 때 전시성 사업이 많았던 것도, 외형을 중시하는 시장의 취향에 맞춰 간부들이 보이기 위주의 정책 마련에 골몰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며 “이런 문제점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장에게까지 전달이 안 됐다”고 전했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시장직 사퇴라는 파국을 맞은 근본 원인도 시정에 대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소통 부재의 결과라는 평가다. 한 전직 시 간부는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어느 정도 업무를 파악하고 나자 조언을 해도 그다지 귀를 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및 갈등관리 전문가인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는 “10·26 보선으로 탄생할 새 시장은 이전 시장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를 낮추고 다른 의견과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적극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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