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적혔을수도…매형이 가져가
경찰, 사건현장 보존 제대로 안해
경찰, 사건현장 보존 제대로 안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국가정보원 권아무개(51) 과장이 자살을 시도한 차량에서 A4용지 크기의 노트 한 권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자살 시도 경위 등이 적혀 있을 수도 있는 노트를 권 과장의 매형인 김아무개씨가 자신의 것이라고 가져간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하남경찰서 하남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지난 22일 오후 1시34분께 하남시 신장동 ㄴ중학교 옆 상가 주차장에서 권 과장이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4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앞서 도착한 119구급대가 차량 유리창을 깨고 권 과장을 병원으로 옮긴 직후부터 차량 내부 등을 사진 찍는 등 채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권 과장의 매형(차 주인) 김씨가 나타나 차량 조수석 검은색 가방 위에 있던 노란색 노트 한 권을 꺼내 가져갔다.
고철문 하남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에 유서 얘기가 계속 나와 현장 채증사진을 다시 검토해보니, 처음 찍은 사진에는 조수석 가방 위에 있던 노트가 나중 사진에는 없는 것을 24일 밤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범죄 혐의가 없고 단순 자살시도 사건인데다, 차 주인이 가방이나 노트가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해 채증 이후 차량과 함께 차 주인 김씨에게 모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트의 내용이나 가방에 든 물건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권 과장이 발견 당시 의식이 없는 등 변사 사건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이 현장 보존·채증 등 초동조처를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권 과장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세부 치료가 가능한 내과계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병원 쪽은 권 과장의 상태에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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