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강원 춘천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에서 416명이 참여한 ‘416인춘천시민합창단원’ 김진희씨가 9개월 된 딸을 안고 있다.
“비장한 각오 같은 건 없어요. 단지 두 아이를 생각할 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촛불을 들게 합니다.”
7일 저녁 강원도 춘천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 춘천시민 416명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을 잊지 말자며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세월호’가 됐다. 갓난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을 합창했다.
춘천 동내면에 사는 주부 김진희(34·사진)씨도 9개월 된 딸아이를 안고 무대에 올랐다. 옆엔 4살짜리 아들과 기저귀 가방을 멘 남편이 함께했다. 김씨에겐 세월호 참사가 트라우마다. 첫째의 생일이 2014년 4월11일인 탓이다. 첫째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단원고 학생 250명이 인생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었다. 김씨는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며 젖먹이를 안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째는 어느새 훌쩍 커 4살이 됐지만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세월호 인양도 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첫째를 키우면서 답답한 마음에 신랑에게 ‘아이를 안고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김씨를 광장으로 이끌었다. 김씨는 “세월호도 그렇고 국정농단도 살펴보면, 연루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박근혜와 최순실 등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가족 모두 손잡고 세월호 추모 합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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