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종시 해양수산부 앞에서 1인 시위하는 박민선씨의 모습. 박민선씨 제공
“아이들 꿈은 다 달라요. 세월호 아이들이 숫자 250으로 기억되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프잖아요.”
박민선(40)씨는 2년 동안 250개의 꿈을 바느질했다. 지난 6일 그의 집 거실 한쪽에는 상자 10개가 쌓여 있었다. 1반부터 10반까지 이름표가 붙여진 상자들 안에는 손바닥만 한 인형들이 가득했다. 판사봉, 카메라, 집, 학교, 자동차….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못다 핀 꿈이 그 안에 살고 있었다.
그는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인 김빛나라양의 어머니를 만난 뒤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빛나라를 기억합니다’라고 새긴 천사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이들의 꿈을 주제로 인형을 만들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고 ‘꿈 인형’ 만들기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 학생들 정보를 모았다. 종이에 이름과 꿈을 빼곡히 적어놓고 사진을 보며 인형의 모양과 색을 고민했다. “바느질하면서 온종일 그 아이를 생각했어요. 아이가 ‘어떤 색을 좋아했을까’ 고민하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 250명 학생의 이름과 얼굴, 꿈을 거의 다 기억하게 됐어요.” 꿈 인형은 나중에 아이들 가족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는 “세월호 뒤 삶의 시간, 공간,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봄부터는 1주일에 한 번씩 세종시 해양수산부 앞에서 ‘미수습자 9명을 하루빨리 찾아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일상의 노력을 이어갈 거예요. 잊지 않아야 비로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대전/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