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공간 리본에서 황용운씨의 모습. 황용운씨 제공
“기억할 준비가 되셨나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기억공간 ‘re:born’(리본)의 출입문에 붙어 있는 글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그 기억이 희망으로 다시(re) 태어나기를(born)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 1년 뒤인 2015년 4월16일 문을 열었다. 서울 출신인 황용운(37)씨가 운영자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지만 않았어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에 나갔는데 난생 처음으로 연행돼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있다가는 ‘사람다운 세상’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2015년 2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끝내 닿지 못한 수학여행지인 제주로 왔다.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은,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방식을 찾다가 추모보다는 기억을 택했습니다. 주위를 은은하게 계속 밝히는 촛불처럼 말입니다.” 주변 도움 등으로 창고를 개조해 기억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세월호 관련 책과 사진을 볼 수 있고 세월호 관련 전시회도 열린다. 그는 “방문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고맙다. 기억하겠다. 함께 하겠다. 행동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기억공간 리본에서 황용운씨의 모습. 황용운씨 제공
황씨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지난 7일과 9일, 블랙기억 퍼포먼스 참가자 50명씩을 모집했다. 제주시청 앞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1시간 동안 ‘기억·행동·노란리본 잊지 않으셨죠’라고 적힌 천을 들고 서 있는 것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