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충북도 축산과장이 지난 10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보은지역 구제역 발생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보은에서 또 구제역이 발생했다. 전국 6번째, 보은에서만 4번째 구제역이다.
충북도는 보은군 탄부면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12일 밝혔다. 충북도는 구제역 최초 발생 농가(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주변 3㎞ 안 한우·육우 농장 소에 대한 전수 검삿감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상 반응이 나와 현장 확인을 했더니 수포가 발생하고 침을 흘리는 등 구제역 의심 소 3마리가 나왔고,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구제역 여부를 검사했더니 모두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농장은 최초 발생 농가에서 2.4㎞ 떨어져 있으며, 한우 171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충북도 등 방역 당국은 구제역 확진 소 3마리를 매몰 처분했으며, 다른 소의 상태도 살피고 있다. 이 농장 소의 항체 형성률 또한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의심 신고된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 농가의 소도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전국 5번째, 보은에서만 3번째로 확진된 이 농장에선 지난 5일 발생한 보은, 6일 정읍 등과 같은 구제역 O형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진 경기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만 A형이다.
충북도 등 방역 당국은 이 농장에서 의심증상을 보인 소 6마리를 매몰 처분했다. 나머지 62마리도 매몰 처분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농장은 지난 5일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 농장에서 460m 떨어져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최초 발생 농가에서 반경 3㎞ 안에선 작은 의심 증상만 있어도 살처분하는 등 구제역 차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만 지금까지 760마리가 매몰 처분됐지만, 상황에 따라 1000마리를 넘어설 수도 있다.
■ “백신은 로또여” 특히 이 농장은 충북도와 보은군 등이 지난 7일 벌인 긴급 항체 형성률 조사에서 87.5%를 기록한 곳이어서 농민들의 백신 불신은 커지고 있다. 맹주일 한우협회 보은지부장은 “우리 같은 촌놈들은 특히 정부만 믿고 사는데, 이제 불신이 하늘에 닿았다. 백신만 접종하면 괜찮다더니 또 구제역에 걸렸다. 백신은 과학이 아니라 로또다. 재수 좋으면 안 걸리고, 재수 없으면 걸린다”라고 말했다. 맹 지부장은 “백신을 접종해도 자꾸 구제역이 생기면서 지금 농가들 사이에선 이게 구제역이 아니라 다른 전염병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길 정도다. 만약 정부가 항체 형성률을 기준으로 농가에 과태료를 매기는 등 책임을 넘기려 한다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관진 마로낙우회장도 “백신을 접종해 항체 형성률이 100%, 87.5%까지 나온 곳도 구제역에 걸리면서 농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옆 농가에 전화도 못 하고 숨죽이며 기도만 할 뿐이다. 백신보다 기도가 낳을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국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 농가는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지만 항체 형성률은 19%에 그쳤다. 이 농장 최선규씨는 “용법대로 접종했지만 항체 형성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백신이 답이라고 하지만 농가는 백신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구제역에 감염될 경우 4~7일 이후부터 항체가 형성된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항체형성률이 높은 것은 백신접종 효과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더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여파로 전국 86개 우제류 가축시장이 오는 18일까지 일시 폐쇄된다. 10일 오후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충남 공주의 가축시장이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이 기간에 살아 있는 가축의 농장 간 이동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왜 자꾸 보은일까? 지금껏 발생한 구제역 6건 가운데 하필 4건이 보은에 몰린 사실도 주목받는 지점이다. 지난 9일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은 최초 발생 농장에서 1.3㎞, 11일 발생 농장은 460m, 12일 발생한 농장은 2.4㎞ 떨어져 있는 등 반경 3㎞ 안에서 4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매몰 처분한 소만 760마리다.
보은은 지난 2015년 1월 보은읍 지산리의 한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단발성으로 지나갔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도 이곳에선 발생하지 않아 ‘충북 안 청정지역’으로 꼽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 등 방역 당국은 주변 지역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도 있다. 농장 단위로 바이러스가 들어가지 않게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보은 마로·탄부지역은 보은지역 대표적 축산 단지다. 소 9100마리, 돼지 3400마리 등 보은지역 소·돼지 사육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소는 농장 100여곳에서 사육하고 있지만 비교적 모범적인 관리를 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부에서 소 40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송기헌씨는 “백신도 제대로 접종하고 농가도 말끔하게 청소했지만 옆에서 자꾸 구제역이 터지니까 너무 불안하다. 최초 발생농가는 완벽함에 가까운 축사 관리로 축산인의 모범이 될 만한 곳인데도 구제역이 났다. 공기 중으로 옮긴다는데 공기를 아예 차단할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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