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쟁점 사안들에 대한 일괄 타결에 합의한 뒤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민주당 우원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 부총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가 내년 공무원을 애초 정부안(1만2221명)보다 2746명 줄어든 9475명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어느 분야에 어떤 기준으로 합의했는지 담당 부서에서도 파악을 못 하는 등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관처럼 안전에 직결된 인력 확충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무원 조직과 인력을 배치하는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정확한 결정 근거와 내용을 몰라 비상이 걸렸다. 행안부 장수완 조직정책관은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에서 분야별 규모 등을 어떻게 책정했는지는 우리도 궁금하다. 특히 민생·생활안전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았던데다 지난 정부에서 인력을 긴축 관리해오면서 부처마다 현장 인력 충원 요구가 쌓여 있어 소요정원을 늘렸다. 부처에서 보낸 필요인원 내용을 심사해 기획재정부와 예산 합의를 거쳤는데 심사 내용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파악해야 판단할 수 있다”며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공무원 충원 계획에서 행안부는 헌법기관(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302명과 군 부사관 3948명을 제외한 7971명의 충원과 배치를 결정했는데 그중 생활안전 분야 등의 인력이 442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번 규모 축소로 사회복지, 생활안전, 근로감독, 집배 공무원들 채용과 정규직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가 생활안전 분야 필요인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정치 타협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높다. 충원 규모가 정해진 배경을 보면,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수준의 증원인 7000명 선을, 국민의당은 내근직을 뺀 현장형 공무원 약 9000명 증원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1만500명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지난 4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1만명 선을 허물 테니, 국민의당도 9000명보다 좀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중간인 9500명 안이 나왔다. 그러나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9500명은 반올림하면 1만명으로 인식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 50명을 깎아 9450명으로 하자”고 요구하면서 협상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러면 9500명과 9450명의 중간인 9475명 선에서 해달라”고 여야를 설득해 결정된 것이다. 애초 정부안에는 공무원 직종별로 세부적인 증원 규모가 있었지만, 여야는 숫자 절충만 두고 공방을 벌인 것이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아무개(22)씨는 “민생, 치안, 인명과 관련된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은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권에서 국민의 생명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서도 언제나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국회 예결위 속기록을 보면 충원하려던 공무원의 대부분이 생활안전을 담당하는 현장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국회의원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야당은 마치 ‘공무원 밥그릇 늘리기’인 양 프레임을 만들어 500억원이 안 되는 예산을 이유로 2746명을 줄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밤 정부가 애초 제출한 429조원에서 약 1374억8천만원 줄어든 428조8626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수정해 본회의로 넘겼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1조3천억원 늘어난 19조원으로 책정됐다. 남은주 김규남 이정하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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