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 덕실관 안에 이명박 전 대통령 모형이 세워져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시작된 5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에는 빗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 전 대통령은 1945년 해방 직후 귀국해 이 마을에서 3년가량 살았다. 이 마을은 예로부터 덕이 있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고 해서 덕실마을로 불렸다. 현재 30여 가구 60여명이 산다.
승용차 54대와 버스 4대를 댈 수 있는 덕실생태공원 주차장에는 승용차 1대만 보였다. 2016년 포항시가 40억원을 들여 꾸민 덕실생태공원(1만1308㎡)은 텅 비어 있었다. 생태공원 안에 복원된 이 전 대통령의 살던 집도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마을회관에서는 할머니 5명이 10원짜리 동전을 쌓아놓고 화투를 치고 있었다. 할머니들에게 “이 전 대통령 선고하고 있는데 텔레비전 보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는 그럴 마음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 덕실생태공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
2011년 포항시가 15억원을 들여 만든 지상 2층짜리 건물 덕실관(건축면적 411㎡)에는 대통령 당선증, 취임기념우표집, 한나라당 대선캠프 점퍼 등 이 전 대통령을 홍보하는 전시물이 가득했다. 한쪽에는 대통령 취임 선서문과 함께 이 전 대통령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억원을 들여 덕실관의 이 전 대통령 홍보물을 다시 설치했다. 또 4억원을 들여 덕실마을을 따라 흐르는 하천을 정비하고 탐방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덕실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줄고 있다. 포항시 집계로 덕실마을 방문객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48만명이었지만 지난해엔 11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명박이 살았다고 해서 이런 산골짜기에 누가 오겠느냐. 더군다나 감방에 있는데…”라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아직 덕실마을에 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보강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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