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 ‘세종대로 사람숲길 개장식’ 뒤 대금 공연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다. 시의회 횡포에 서울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할 것이다.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철회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시정협의도 없을 것이다.”
만 11년 전인 2010년 12월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극한대립 중이었다. 오 시장 회견 이틀 전 시의회는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또 20조6천억원 규모 새해 예산안에서 서해뱃길 사업과 한강예술섬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새로 반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와의 ‘절교’와 ‘전면전’을 선언했다.(그는 이어 무상급식 조례안을 대법원에 제소하고 주민투표를 발의했다가, 결국 시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옛날 일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 사이 갈등 상황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1일 시민사회분야 민간위탁·보조금은 올해 대비 48%인 832억원, <티비에스>(TBS) 출연금은 129억원 삭감한 44조748억원 규모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시의회는 상임위 사전심사 때 이들 예산은 올해 수준 이상으로 되살리고, 오 시장 공약사업인 ‘서울런’ 등 사업 예산은 대거 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본심사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냉랭했고, 부시장 등 시 주요 간부들은 ‘시장 수행’ 등을 이유로 향후 출석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얼마나 더 세게 충돌할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서울시 간부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싸움’은 무산됐다.
공전돼온 예산안 심사는 지난 15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재개됐다. 하지만 일주일 넘는 휴지기에도 불구하고 긴장은 여전하다. 갈등의 근본원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3일 오 시장은 “시민단체에 10년간 1조원 지원”,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현금인출기가 됐다”는 자극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전임 시장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은 그날의 발언들은 관련 예산 대폭 삭감의 예고편이었다.
다음주 본격적으로 진행될 서울시와 시의회 사이 힘겨루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예산안을 심사해 일부 항목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권한이지만, 신설·증액은 집행부(서울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2010년 갈등 때도 오 시장은 집행부 동의 없는 증액·신설이 이뤄졌다며 관련 예산 집행 거부를 선언했다. 반면에 오 시장으로서도 본인이 역점을 둔 사업을 추진하려면 시의회의 동의(예산 반영)가 필수다. 결국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게 서로에게 득이다. 하지만 정치란 게 합리적 선택의 합일 수는 없다.
오 시장은 “8월 초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11월18일 시의회 시정답변)고 말했다. 그만큼 전임 시장 체제와 흔적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관건은 오 시장이 그 반감을 참아내고 대화에 나설지, 11년 전처럼 외고집을 부릴지다. 예산안 처리는 물론, 차기 대권을 꿈꾼다는 ‘정치인 오세훈’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김양진 전국팀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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