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반년 전 ‘쿠팡 화재’ 판박이…되살아난 불에, 소방관 3명 또 잃다

등록 2022-01-06 22:34수정 2022-01-07 04:08

평택 물류창고 화재 진압 소방관 3명
불길 사그라든 뒤 인명 수색 중 참변
잔불 급격히 재확산…시야 막혀 고립
내부엔 산소통·보온재 등 가연성 물질
“쿠팡 사고 뒤 매뉴얼 전면개정 안 돼”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 과정에서 김동식(당시 52) 소방경이 희생된 지 반년 만에 평택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또 희생됐다. 연이어 발생한 안타까운 희생에 공사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현장 상황에 맞는 소방당국의 상황판단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밤 11시46분께 경기 평택시 청북읍 7층짜리 신축 물류창고에서 난 불을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사망했다. 6일 오전 9시께 불길이 사그라들자 건물 내부에 들어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재확산하면서 희생됐다. ‘실종’ 3시간여 만인 낮 12시41분께 긴급 투입된 특수구조단은 건물 2층에서 숨져 있던 이들을 발견했다. 당국은 넓은 건물 안에서 순간적으로 검은 연기가 들어차고 불길이 번지면서 이들이 고립돼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순식간에 다시 활활…베테랑·예비신랑·신참 소방관 덮쳐

이날 순직한 소방관 3명은 모두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에서 근무하는 동료였다. 팀장이던 이형석 소방위는 28년차 베테랑이었고, 박수동 소방교는 결혼 3개월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조우찬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입사한 신참이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화재는 6~7개월 전에 일어난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양상이 비슷했다. 지난해 6월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 때도 큰불이 잡힌 뒤 잔불 진화와 내부 수색을 위해 물류센터에 진입했던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 다시 살아난 불길에 희생됐다. 큰 희생으로 이어진 물류창고 화재는 그뿐만이 아니다. 2020년 4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으며, 같은 해 7월21일에는 경기 용인 에스엘시(SLC)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정용우 경기위원장은 “쿠팡 화재사고 뒤 화재 현장의 매뉴얼이 전면적으로 개정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됐어야 했지만, 당시 대책은 물류창고 현황을 전수조사하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신축 중인 건물 내부에는 용접용 산소통과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 보온재 등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물질이 많아 특수구조단도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연성 물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화재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야간작업이 이뤄졌는지 규명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6일 경기 평택시의 한 신축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됐던 소방관을 태운 구급차가 현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경기 평택시의 한 신축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됐던 소방관을 태운 구급차가 현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민세홍 가천대 설비소방공학부 교수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에서 봤듯이 대규모 물류·냉동창고 화재 때는 가연성 물질이 많아 다시 불길이 커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진압 인력을 내부로 투입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현장에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대책이 마련됐고,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알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상황판단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재 현장을 찾은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을 당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저녁 빈소를 찾은 뒤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던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도움이 되겠나. 그저 비통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이천 신축 창고 화재 이후 또다시 이런 참사를 맞이하게 됐다. 저부터 반성하겠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반드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명태균 처남의 이상한 취업…경상남도 “언론 보도로 알았다” 1.

명태균 처남의 이상한 취업…경상남도 “언론 보도로 알았다”

“폭동사태 방불”…인천공항 폭설 탓 발 묶인 1만명 혼란 2.

“폭동사태 방불”…인천공항 폭설 탓 발 묶인 1만명 혼란

“119 잘하나 보려고”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대체 무슨 짓 3.

“119 잘하나 보려고”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대체 무슨 짓

가장 아픈 길인데…비극 서린 그 길이 정말 ‘아름답다’ 4.

가장 아픈 길인데…비극 서린 그 길이 정말 ‘아름답다’

‘칼칼’ 순대국에 ‘쫄깃’ 오소리감투…마장동 26년째 지키는 이곳 5.

‘칼칼’ 순대국에 ‘쫄깃’ 오소리감투…마장동 26년째 지키는 이곳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