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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학용이 거저 주운 거지”…대선 묻힌 안성 재선거 ‘냉랭’

등록 2022-03-01 04:59수정 2022-03-01 17:52

3·9 재보선 현장을 가다ㅣ경기 안성

선거 귀책사유 민주당 무공천에 범진보 후보 단일화 결렬
3선경력 김학용 우세 전망…“판가름 이미 난듯 유세도 적어”
안성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학용 후보(왼쪽부터), 정의당 이주현 후보, 무소속 이기영 후보.
안성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학용 후보(왼쪽부터), 정의당 이주현 후보, 무소속 이기영 후보.

“김학용 (의원)이 거저 주운 거지. 민주당에 기회를 줬는데, 이 모양을 만들어놨으니.”

28일 오전 경기 안성시 최대 상권을 형성한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진숙(56·여)씨가 말했다. 2020년 총선 때 상대 후보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퍼뜨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규민 민주당 전 의원이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으면서 당선 무효가 돼 재선거를 치르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국회에서 잘한 것도 없는데, 안성에서만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학용 의원의 인지도와 조직력을 따라올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성천에서 산책하던 시민 조아무개(63·여)씨는 “민주당 지지자인데, 이번 선거에선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결과는 원치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겨레>가 만난 시민 중에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잡화를 파는 한 상인은 “재선거를 치르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송억한(68) 중앙시장상인회 회장은 “선거철에 오일장이 설 때면 모든 후보와 지지자들이 몰려와 장터가 북새통을 이뤄 옴짝달싹 못 할 정도였다. 이번 재선거는 일찌감치 승부가 판가름이 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후보를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중앙시장·안성맞춤시장 등 전통시장과 상가가 밀집한 서인동 상인들 사이에선 ‘김학용 후보가 3선까지 했으니 싫증도 나겠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으니 무난하게 당선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오간다’고 한다.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인근 안성천 무지개 다리에 설치된 국민의힘 김학용 후보 선거 펼침막.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인근 안성천 무지개 다리에 설치된 국민의힘 김학용 후보 선거 펼침막.

안성은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촛불민심의 기류를 타고 민주당 후보가 시장과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번 재선거는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3파전으로 치러진다. 김학용(60·전 국회의원) 국민의힘 후보와 이주현(51·정의당 안성시위원장) 정의당 후보, 이기영(60·전 시의원)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이주현 후보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등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입지를 다져왔지만, 정치 신인으로 인지도 면에서 열세다. 6대 안성시의회 의원을 지낸 이기영 후보는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2017년 탈당해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다.

안성중앙시장 상권에 있는 정의당 이주현 후보 선거사무실에 설치된 대형 펼침막.
안성중앙시장 상권에 있는 정의당 이주현 후보 선거사무실에 설치된 대형 펼침막.

그래도 이주현·이기영 후보는 범진보로 분류돼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이주현 후보가 24일 단일화를 제안해 그동안 두차례 실무자 협상과 두차례 후보자 간 전화 통화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이날 결렬이 선언됐다. 이기영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어 “후보자 간 견해차와 여론조사 기간 부족 등의 이유로 아쉽게 후보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기영 후보는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거 유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 안성 공도읍 공도버스터미널 교차로에 설치된 무소속 이기영 후보 펼침막.
경기 안성 공도읍 공도버스터미널 교차로에 설치된 무소속 이기영 후보 펼침막.

이번 재선거는 대통령 선거에 묻혀 관심 밖인 분위기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교차로는 대통령 후보들의 펼침막이 자리를 차지했다. 대형마트나 버스터미널 등에도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 차량만 놓여 있었다. 안성 재선거 관련 여론조사도 없다. 그나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인구가 급증한 공도읍 주변에선 출퇴근 시간대 국회의원 후보들이 유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도다. 공도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이진웅(39)씨는 “(국회의원) 후보 공약이 뭔지도 모르겠다”며 “당만 보고 투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학용 후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안성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전자는 16년마다 기흥, 화성 동탄, 평택 고덕 등으로 공장을 늘려왔는데, 2031년에는 안성에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주현 후보는 동탄~안성~청주공항을 잇는 수도권 내륙선 조기 착공, 평택~안성~부발 간 고속화 철도 구축 등과 함께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기영 후보는 이주현 후보가 공약한 2개 노선과 함께 용인~안성 공도까지 잇는 경강선 전철 연결, 지티엑스(GTX)-A 노선 안성 연결 등 4개 철도 노선 계획을 약속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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