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가해혐의 학생 구속

경찰, 준강간 치사 혐의 수사
떠민 정황 확인땐 살인죄 변경

교정 내에서 숨진 여대생의 추모공간이 마련된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17일 학생들이 숨진 학생을 위로하는 손편지를 놓거나 헌화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인하대 교정에서 벌어진 ‘여학생 추락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함께 있던 가해 남학생이 고의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두고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준강간치사’ 혐의를 받는 ㄱ(20·인하대 1학년)씨는 17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으나, 법원은 이날 오후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7일 인천경찰청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하대 교정 한 단과대학 건물에서 동급생인 ㄴ(20)씨를 성폭행해 추락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ㄴ씨가 5층짜리 학교 건물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3층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ㄴ씨는 같은 날 새벽 3시49분께 건물 앞에 머리와 귀, 입에서 많은 출혈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ㄱ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16일 그를 긴급체포했다. ㄱ씨는 ㄴ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ㄱ씨가 ㄴ씨를 부축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도 확보했다.

ㄱ씨는 경찰에서 ㄴ씨가 자신과 함께 있다가 건물 밑으로 떨어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ㄴ씨를 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이날 ㄴ씨가 추락한 건물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이 3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차례 현장 실험을 했다. 이 건물 3층 창문은 키가 160㎝ 안팎인 여성이 섰을 때 허리 정도에 해당하는 1m 높이다. 경찰은 창틀과 건물 외벽에서 지문 등 유전자(DNA) 정보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또 숨진 ㄴ씨의 옷이 사건 현장에서 떨어진 교정 구내에서 발견됨에 따라 ㄱ씨에게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ㄱ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치사’ 혐의로 구속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ㄱ씨가 고의로 ㄴ씨를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꿀 방침이다.

1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교정 내 ㄴ씨가 발견된 지점에 혈흔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한편, 충격적 사건으로 학교 안팎은 발칵 뒤집혔다. 사건 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학생들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며 비통한 심경을 쏟아냈다.

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