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조현수(31)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30년 형이 선고됐다. 다만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27일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형 집행 종료 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적용된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 윤아무개씨가 가스라이팅에 의해 정상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수영을 하지 못하는 윤씨가 계곡에 뛰어들어 숨진 건 이은해와 조현수가 윤씨의 심리를 지배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작위에 의한 살인은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해 살인을 저지른 것을 말하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된다.
이 부장판사는 “다이빙 상황을 보면 피해자가 뛰어내린 이유가 피고인에게 저항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은해가 다이빙을 하자고 하자 여러차례 거부한 점 등을 보면 피해자가 심리적 통제 상태에서 물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당시 죽어도 어쩔 수 없어서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조현수 등에게 언제든 구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다이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계곡으로 뛰어내린 윤씨를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유죄로 인정했다. 보통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이씨와 조씨의 범행을 사실상 직접 살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봤다. 이씨와 조씨의 공동 변호인 쪽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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