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공된 천원의 아침밥 식단. 인천대 제공
21일 아침 8시40분 인천대 제1기숙사 식당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1000원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려는 학생들이다. 가격이 1000원이라고 메뉴가 부실한 건 아니다. 이날 아침 메뉴는 닭고기단호박찜과 매운콩나물국, 감자크로켓, 요구르트, 배추김치, 쌀밥이다.
구성 원가는 4000원, 열량은 924kcal에 맞췄다. 무엇보다 자율 배식이라 원하는 음식을 양껏 담아 먹을 수 있다. 식판의 반찬 칸에 닭고기단호박찜을 가득 담아 가던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오전 수업 없는 날인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학교를 다 일찍 나와보네요.” 민망한 듯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천대가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8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다. 구성원가 4000원 중 정부가 1000원, 대학이 2000원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은 1000원만 내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고물가 시대에 1000원에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김교린(27)씨는 “자취를 하고 있어 아침을 거르는 날이 많다. 그런데 인천대가 싼 가격으로 아침을 준다고 해 잘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우영(25)씨도 “요즘 한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1000원에 해결할 수 있으니 정말 도움이 된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 매번 이용했다”고 말했다.
인천대는 2016년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해왔다. 2020~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원으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을 만큼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올해는 계속되는 고물가 영향으로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는 학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첫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한 지난 17일에만 279명이 이용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220명)를 가뿐히 넘어섰다. 21일에는 448명이 이용했다.
올해 인천대는 지난해 이용 학생(2만4400명)보다 2배 정도 많은 4만3100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재일 인천대 학생지원과장은 “고물가 시대에 꼭 필요한 학생 복지 사업이다. 재학생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21일 아침 8시40분 인천대학교 제1기숙사 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배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욱 기자
‘천원의 아침밥’은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1개 대학 68만4867명에게 ‘천원의 아침밥’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수도권에는 서울대와 인천대 등 11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강원도 4개 대학, 충청권 6개 대학, 영남권 12개 대학, 호남권 8개 대학이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사업에 참여한 28개 대학 학생 54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천원의 아침밥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98.7%에 달하는 등 호응도가 높았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가천대는 교수와 직원들이 모은 ‘가천제자사랑·학생사랑’ 기금을 활용해 21일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천대는 3일 동안 시범사업을 한 뒤 학생 만족도를 고려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