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 비가 내리는 모습. 김혜윤 기자
지난해 폭우로 사망사고가 겪은 서울시가 장마철을 앞두고 물막이판 설치 지원, 동행파트너 운영 등의 침수 대책을 내놓았으나, 실행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기 대책’으로 꼽히는 물막이판 설치율조차 저조한데
(6월 12일 <한겨레> 1면 보도), 서울시는 “당사자 등 시민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12일 약식 브리핑을 열어 풍수해대책과 반지하 지상층 이주지원 및 매입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물막이판 설치 대상인 1만5291가구 중 실제로 설치된 가구는 3414가구(22.3%)뿐이다. 역류방지기만 설치한 가구까지 합해도 6310가구(40.2%)로 절반을 넘지 못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반지하가구 침수방지시설 설치 추진’ 계획도 목표치를 한참 못채운 건 마찬가지다. 사업 대상자 가운데 중증장애인 거주 204가구 가운데 74가구(36%), 아동·어르신 거주 437가구 중 147가구(34%), 침수우려 1만9700가구 중 6089가구(31%)만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마친 상태다.
서울시는 집주인 및 세입자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아, 단기간에 설치율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완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침수방지시설을) 절대 설치할 수 없다”며 “같은 건물 옆집 사이여도 한 집은 설치돼 있고 다른 집은 설치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거주자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집주인이 수해지역 낙인효과 등을 우려해 설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권 국장은 “동주민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시민의 관심이 있어야 신속하게 설치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물막이판 설치가 어려운 가구에 이동식·휴대용 물막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지하 거주자의 지상층 이전 지원과 지하층 공공 매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증장애인 86가구 중 9가구(10%), 아동·어르신 198가구 중 17가구(9%)만 현재까지 주거이전이 완료됐다. 나머지 이전 대상 6804가구 중 실제로 이전을 추진 중인 곳은 700가구뿐이다. 반지하 주택 매입은 2584가구가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98가구(4%)만 완료됐다. 597가구(23%)는 계약 진행 중이다. 서울시의 올해 매입 목표는 5250가구인데, 올해의 절반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13.2%만 매입이 진행된 셈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거이전 지원 및 매입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실질적으로 (이주하지 않아도) 충분히 거주할 수 있는, 침수가 되지 않는 지역이 전체 반지하 가구의 90%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또 향후 10년간 정비사업 등으로 15만호를 멸실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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