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북 부안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에서 철수하는 대원들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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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정으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뒷수습’을 떠맡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참가자들의 숙식과 프로그램 운영에 쓴 예비비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지자체가 지출한 예비비를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해준다는 방침이지만, 지출 항목과 단가가 지역별로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예상된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지난 8일 잼버리 대원들의 새만금 철수 결정 뒤 행정안전부로부터 “각 지역으로 흩어진 대원들의 체류 비용을 지자체가 예비비에서 지원하면 나중에 보전해주겠다”고 약속받았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세출에 계상된 비용’을 뜻한다.
잼버리 대원 1만4979명을 배정받은 경기도는 21개 시·군에 산재한 64개 숙소에 88개국에서 온 1만3568명을 수용했다. 실제 입소율은 87% 정도로, 전국에서 수용 규모가 가장 컸다. 잼버리 참가단이 8일부터 12일까지 머물렀던 사실을 고려하면 잼버리 조직위 지출 기준(1일 1인당 3만원)을 적용할 경우 식비만 19억원 넘게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숙박비(1인당 7만원 안팎)와 교통비(1일 1만5천원), 체험활동비(1인당 2만원 안팎) 등을 더하면 경기도와 해당 시·군이 지출한 예비비는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체류한 기간 도내에서는 2050명(연인원)의 공무원을 동원했는데, 공무원들의 식비나 교통비는 제외된 경비다. 대원들은 도자 체험과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관광, 케이(K)팝 등 87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지난 8일 전북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철수한 일본 스카우트 대원들이 같은 날 오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충청북도에는 한국 참가단 416명을 비롯해, 칠레·일본·온두라스·영국 등에서 온 3273명이 8일부터 12일까지 체류했다. 이들이 머무른 곳은 청주(충북대·청주대), 충주(한국교통대), 음성(극동대·법무연수원·국가인재개발원), 단양(구인사), 제천 등에 흩어져 머물렀다. 충청북도는 이들의 체류 비용으로 31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는데, 숙식과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 5개 시·군에 18일까지 청구된 비용을 집행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5450명이 머물렀던 전북 지역에선 지자체가 모두 합쳐 65억원을 썼다. 전라북도가 지출한 게 41억원, 14개 시·군이 쓴 비용이 24억원이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에서 온 잼버리 대원 1400명이 머무른 대전시는 이들에게 숙박비로 2억여원, 식비·간식비로는 1억6천만원을 쓴 것으로 추산했다, 체험활동비는 2천만~3천만원 정도인데, 행안부·대학 등과 협의 중이다. 인근 세종에서도 모두 37명의 불가리아 대원과 운영 요원 등 57명이 한국영상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무르는 동안 숙식비로 1650만원을 지출했고, 체험활동 비용을 어떻게 책정할지는 행안부와 협의 중이다.
지난 8일부터 2929명의 대원을 수용한 서울시는 정확한 규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비 사용내역을 각 부서에 보내 취합하고 있다. 전체 지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잼버리 관련 지출 예산을 집계 중이라고만 밝혔다. 인천에는 벨기에 대원 1231명 등 27개국 3257명이 머물렀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9일 ‘잼버리 관련 지자체 지출 기준 안내’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식비, 숙박비, 체험활동비, 의료비, 생필품비, 교통비 등을 지원할 수 있으며 각 지역 여건에 맞게 실비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어떤 재원으로 어떻게, 언제 예비비를 보전할지에 대해선 방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학 기숙사나 기업 연수원 등의 정산 비용도 문제가 될 것 같다”며 “행안부의 정산이 늦어지더라도 중앙정부에서 특별교부금을 받는 처지인 지자체가 돈 빨리 달라고 독촉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성철 행안부 재정정책과장은 “지자체에 어떻게 비용을 보전해줄 것인지는 잼버리 대원들의 출국이 마무리가 되고 사후 정산이 끝난 뒤 기재부, 여가부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쓴 돈에 대해선 현재로선 전액 보전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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