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에 앞서 짐 정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154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위원회를 꾸렸으나, 정작 이들이 참여하는 대면회의는 단 한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위원들은 잼버리의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위원총회’에 참여했는데,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한겨레가 확보한 조직위의 정관·위원총회 회의 자료 등을 보면, 조직위가 출범한 2020년 7월부터 잼버리 개막 전까지 열린 11차례의 위원총회가 모두 서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2일 조직위 창립총회를 제외하면, 조직위원 154명이 실제 얼굴을 맞대고 잼버리 준비 상황에 관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특히 지난 5월1일 잼버리 행사를 앞두고 조직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현장 보고회’가 열렸으나, 일정이 ‘이메일’로만 통보되면서 참석자 수가 40명에 그쳤다.
잼버리 조직위는 공동위원장 5명과 각 부처 차관 등 당연직 26명, 청년·청소년 단체와 공기업·기업·직능 단체, 전북지역단체, 스카우트 관계자 등 유관 기관·단체 출신 위촉직 128명 등 모두 154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최고 의결기관인 위원총회에 참여해 위원 및 임원 선임·해임은 물론 차입금 및 재산 취득 처분 관리, 집행위원회에 위임할 사항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위원총회를 소집하고 안건을 부의할 수 있는 권한이 사실상 위원장에게만 있는 상황에서, 조직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전부 서면으로 대체되면서 위원들은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찬반 표시만 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실제로 위원총회 안건 대부분은 정부·단체·기관 인사에 따른 위원 변경에 찬반을 묻는 내용이었다. 간혹 일부 위원이 ‘반기문 마을 영문 표기 변경’, ‘잼버리 지속적 홍보 필요’, ‘친숙한 홍보대사를 뽑아야 한다’ 같은 기타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잼버리 행사의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
지난해 3월 제3차 총회에서 위원들은 ‘새만금 잼버리를 1년 연기해 2024년 개최하는 것을 세계스카우트연맹에 건의하자’고 의결했지만, 이마저도 다음 달 세계스카우트연맹이 거절하며 무산됐다.
한 조직위원은 한겨레에 “원래 조직위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잼버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구성된 기구인데, 대면회의를 한 적이 없으니, 몸집만 컸지 사실상 한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