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피고인인 양평군 공무원 3명의 공판이 오는 20일로 연기됐다. 검경이 1년9개월 남짓 수사해온 이 사건은 기소 내용과 형식 모두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11일 한겨레가 확보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인허가 공무원의 적법치 못한 행정행위로 시행사업자인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큰 혜택을 입었음에도 해당 공무원과 시행사의 공모·연루 여부를 파고들지 않았고, 애초 부과된 개발부담금 17억원이 사업자의 이의신청 뒤 ‘0원’이 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우선 검찰은 양평군이 애초 정해진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시행사로부터 사업권을 회수해야 함에도 준공기한을 연장해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것을 양평군 공무원 3명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했다. 양평군의 위법한 행정행위로 명백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은 시행사에 대해 위법행위 연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상적으로 절차를 거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되고,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사업이 진행된 위법 상황을 감추려고 서류를 조작했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양평군 공무원 3명은 2021년 말 경찰이 양평군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검찰이 기소까지 했지만, 전원이 승진해 요직을 맡고 있다.
윤 대통령 처남 김아무개씨는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허위 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평군은 공흥지구 사업으로 798억원의 분양 실적을 기록한 윤 대통령 처남 회사에 2016년 11월 개발부담금 17억원을 부과했다가 회사 쪽이 ‘공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하자 이듬해 1월 6억원으로, 같은 해 6월 다시 ‘0’원으로 최종 통보했다.
경찰이 2021년 12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청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이 위조했다고 검찰이 적시한 문서는 개발 비용 산정에 쓰이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출입 확인서’ 2건이다. 운반 거리가 멀고, 토사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노려 사업지에서 18.5㎞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토장까지 15만㎥의 흙과 암석을 운반한 것으로 서류를 허위로 꾸민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위조 서류를 이용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양평군의 개발 비용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며, 김씨 등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실제 토사 운반에 들어간 비용과 부풀린 비용 규모조차 특정하지 않았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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