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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한국 공장도 화성에 있다...‘오명’ 벗고 100만 도시로

등록 2023-12-12 08:00수정 2023-12-12 15:11

‘살인의 추억’ 오명 화성시, 어떻게 100만 도시 됐나
동탄1기 새도시 메타폴리스 전경.
동탄1기 새도시 메타폴리스 전경.

경기 화성시 인구가 11일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속적인 성장과 인구 유입으로 일반 자치시에서 ‘특례시’가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성의 인구는 22년 전 군에서 시로 승격할 당시보다 5배가 늘었고, 지역경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91조원)인 부자 도시로 급부상했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화성보다 지역내총생산이 많은 곳은 서울·경기·인천·부산·경남·경북·충남 7곳뿐이다. 그뿐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국가적 위기로 부상한 상황임에도 시민 평균연령이 38.7살로 전국에서 가장 젊고, 출생아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복합도시 화성이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 서울의 1.4배 큰 땅덩이 ‘새도시·택지개발’로 인구 증가

지금의 화성시는 1949년 수원부가 수원시와 군으로 분리될 때, 수원시와 화성군으로 나뉘면서 탄생했다. ‘화성시사’를 보면, 분리 당시 17만여명이었던 인구가 2001년 3월21일 시 승격 이전까지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시 승격 당시 인구는 21만명, 재정 규모는 2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시만 해도 서부권의 일부 원도심을 제외하면 행정구역 대부분이 야산과 논밭이었다. 2003년 수도권 전철 1호선 병점역이 개통되고, 병점역 일대가 개발되면서 시 승격 5년 만인 2006년 말 인구 10만명이 늘어난 31만명을 기록했다. 이 무렵 영화 ‘살인의 추억’이 개봉되면서 화성시는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옛 화성군청사.
옛 화성군청사.

2007년 동탄 1기 새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구 유입 속도가 가팔라졌다. 1기 새도시 개발 막바지인 2010년 9월27일 인구 50만명을 넘어섰다. 부동산 거품이 커졌던 2010년을 전후해 2300억원을 투입한 종합경기타운 조성 등 무리한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인해 한때 재정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5년 동탄 2기 새도시 입주 시작과 함께 봉담, 향남, 남양 일대에도 중소 규모 택지가 개발되면서 거점 도시가 조성됐다. 이때부터 다시 인구가 급격히 늘어 시 승격 뒤 22년, 인구 50만을 돌파한 지 13년 만에 수원·용인·고양·창원에 이어 국내 다섯번째 100만 도시 반열에 올랐다. 화성은 최근 10년 동안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다.

■ 반도체·모빌리티 중심 양질의 일자리…부자 도시로 ‘성큼’

서울의 1.4배에 이르는 화성시의 넓은 땅(면적 844㎢)은 택지개발은 물론, 기업 유치에도 효과적이었다. 화성시에는 한국의 양대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모빌리티 관련 대기업과 협력사, 연구개발(R&D) 거점 등이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장비·부품 협력사가 밀집돼 있고,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에이에스엠엘(ASML) 공장도 유치했다. 현대차그룹은 2003년 남양읍 일대에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인 남양연구소를 지었다. 현대차남양연구소는 전기차·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 등 현대차그룹이 역점을 기울이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알앤디 핵심 거점으로, 1만4천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 전경.

마도바이오밸리와 향남제약단지 등 제약·바이오 기업 집적단지도 조성됐다. 2021년 말 기준 입주 제조업체만 2만7607곳에 이르고, 종업원 수도 25만7500명에 달한다. 이 밖에 다양한 업종의 22개 산업단지가 화성 지역에 운영 중이거나 조성되고 있다. 특히 지역 안에서 통근·통학(대학)하는 비율이 63.8%로 ‘직주근접’을 실현한 자족 도시의 면모도 갖췄다.

일자리가 늘자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었다. 화성시는 지역내총생산이 91조원(2021년 기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다. 이는 광역시 단위인 부산(98조원)과 인천(97조원)의 전체 지역내총생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내총생산은 지역에서 1년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격을 합한 것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화성에 있는 기업의 연간 수출액도 206억356만달러로 경기도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수입 확대로 이어졌다. 재정 규모가 4조원대로 커진 화성은 한국의 대표적 부자 도시인 서울 강남구와 경기 성남시를 제치고 재정자립도 61.1%로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재정이 늘자 교통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시민 복지도 늘릴 수 있게 됐다. 앞서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2015년 ‘한국의 화성시가 2025년 세계 7대 부자 도시 중 4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첨단산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몰려든 결과였다.

향남 종합경기타운.
향남 종합경기타운.

■ 청년층 유입 가속화…지속가능 자족 도시로

일자리 증가와 복지 확대는 청년층 인구의 두드러진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31%가 19~39살 청년이다. 시민 평균연령(38.7살)은 전국에서 가장 젊고, 신혼부부 비율도 높아서 해마다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평균 6800여명에 이른다. 아동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19%(19만명)가 만 18살 이하다. 2018~2022년 초·중학생 전입 인구가 서울 강남을 제치고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동탄을 중심으로 우수 학군이 형성됐고, 교육 환경도 개선된 결과라고 시는 설명한다. 지난 7월 교육부의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돼 2027년까지 5년간 18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9월에는 유네스코 글로벌학습도시 네트워크에도 가입했다.

화성이 100만 도시로 성장한 요인으로는 교통 인프라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통과하고, 수서고속철도(SRT)와 수인선복선전철, 서해선복선전철, 수서~동탄 광역급행철도(GTX·2024년 3월 개통 예정) 등의 철도망도 구축됐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쾌적한 주거환경, 양질의 일자리, 교통·교육·문화 등의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인구 유입이 가속화됐고, 신생아 출생 등의 자연 증가로 이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화성시가 인구 100만명을 돌파하고, 2년 동안 100만명 수준을 유지하면 경기도 내에서 네번째,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특례시’가 된다. 특례시가 되면 행정·재정 사무와 관련된 16개 권한을 경기도 등으로부터 이양받게 된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화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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