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하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강의실 앞에서 체온을 확인하고 비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인하대 제공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새 학기를 앞둔 전국 대학가에서 중국 유학생 관리와 학사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춘절(설)을 맞아 본국에 갔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돌아오면서 대학들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들을 자가격리하고, 졸업·입학식도 취소하고 있다.
대전에 있는 목원대는 춘절 연휴에 본국을 다녀온 중국인 유학생 26명을 기숙사에 격리하고, 매일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방학 동안 박사과정 수업을 듣는 중국인 유학생 254명 가운데 일부다. 충남 논산의 건양대도 중국인 유학생 86명 가운데 53명이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이 가운데 9명이 최근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자가격리했다.
부산외대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이달 말이 지난 뒤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이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700여명 가운데 90%가량이 춘절 이전에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대는 새달 중국인 유학생 150여명이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고려해 입국 뒤 14일 동안 부산대 장전캠퍼스의 기숙사 한 동에 우선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환학생 파견 일정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900여명이 다니는 경기도 성남의 가천대는 해마다 2월에 진행하는 교환학생 중국 파견을 취소했다. 대전의 배재대는 새 학기에 선발된 교환학생 가운데 중국 자매대학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33명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중국인 유학생 670명 가운데 약 650명 정도가 입국할 것으로 보이는 전주대도 이달 예정된 자매대학과의 단기연수와 3월 중국 교환학생 파견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오산에 있는 한신대도 올해 중국 대학으로 교환학생으로 보내기로 한 19명의 출국을 보류했다.
대학별 학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하대를 비롯해 아주대, 한신대는 신입생 대상 설명회와 새내기 배움터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대학은 학생들의 단체활동을 자제시키고, 영상자료 등을 배포하는 비접촉 방식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건국대, 경북대, 창원대 등 대다수의 대학이 졸업식이나 입학식 일정을 취소했거나 연기를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이번주 대학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전국의 모든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을 위한 온라인수업, 1학기 휴학 허가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사 운영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전국의 대학·전문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242개 대학에서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학생과 교직원은 112명이었다.
이정하 송인걸 김영동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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