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건물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공덕동 제5투표소에 15일 오전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장난감 대여점 앞.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긴 줄이 만들어졌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도화동 제2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다. 대여점 안 장난감들은 구석에 정리되어 가림막에 가려져 있고, 선거사무원들은 투표 안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들을 안고 투표 차례를 기다리던 조아무개(38)씨는 “아이랑 같이 놀러 오던 장소에서 투표하니 기분이 새롭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바로 옆동네인 공덕동에서는 고시원 건물 지하주차장(공덕동 제5투표소)이 일일 투표소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만난 선거안내원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공공기관과 다소 거리가 멀어 거점 지역에 투표소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90대 노모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아무개(72)씨 “투표소가 밀폐된 주차장이라 (코로나 감염을) 걱정했지만 소독도 철저히 하고 사람 간 간격도 떨어져 있도록 잘 안내해줘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었다”며 “좋은 후보들이 뽑혀 코로나 위기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으며 좋겠다”고 했다.
대학, 음식점, 자동차 대리점, 안경점 등도 투표소로 이날 하루 투표소로 변신했다.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접근성이 좋은 민간 시설을 빌려 투표소로 사용하면서 생긴 풍경들이다.
서울 마포구 도화장난감 대여점에 설치된 도화동 제2투표소
15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훈련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북구 성신여대 미디어정보관 로비에 설치된 동선동 제2투표소에는 마스크를 쓴 남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대학에 다니는 김아무개(26)씨는 “취업준비생이다 보니 청년정책 공약과,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여성인 제가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공약에 눈이 갔다”고 했다.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훈련장에 마련된 청구동 제1투표소, 광진구 기아자동차 어린이대공원대리점에 설치된 능동 제3투표소, 광진구 으뜸안경원에 차려진 화양동 제5투표소 등도 이목을 끌었다.
인천 원도심에서도 색다른 장소에 투표소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미추홀구 주안4동 투표소는 해물 요리전문점에 설치됐고, 주안1동 제3투표소는 웨딩홀에 차려졌다. 주안5동 제3투표소는 자동차판매 영업소에, 송도4동 제7투표소는 아파트단지 내 맘스카페에 들어섰다. 섬지역인 옹진군 연평면 제1·2투표소는 각각 대피소에 마련됐다. 이색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색다른 공간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더 의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최대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다양한 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했다”며 “투표 전후에 철저히 소독해 시설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옥기원 서혜미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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