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교습학원.
“등교개학이 코앞인데, 인근 학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불안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지….”
14일 오전 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교습학원 인근에서 만난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아무개(44·여)씨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 교습학원에 다니는 고교생들이 무더기로 확진되자 학부모들은 자칫 지역 감염이 확산하지 않을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박씨와 함께 있던 또 다른 학부모 3명은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나와봤다”며 동선과 직업을 숨긴 이 교습학원의 강사 ㄱ(25)씨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달 1~3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ㄱ씨가 최초 검사 과정에서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히고, 학원 및 과외와 관련한 동선을 숨겼다. 이 때문에 이 학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3층짜리 건물, 3층에 입주해 있는 이 교습학원의 건물 출입문에는 방역작업을 완료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에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해당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주 우리 가게를 이용한다.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또 버터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대로 이 학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감염은 연일 퍼지고 있다. 이날에도 이 학원에서 ㄱ씨의 수업을 들은 고교 3학년 ㄴ(18)군과 그의 어머니(42)가 추가 확진됐다. ㄴ군의 같은 학교 친구 ㄷ(18)군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과외교습을 한 중학생을 포함해 중·고생 9명과 학부모 등 성인 5명 등 학원강사 ㄱ씨와 관련해 감염된 이들만 모두 14명에 이른다. ㄴ군 등을 포함해 이날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4명 중 나머지 1명은 해외유입 사례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인천 지역까지 확산됐다.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청 운동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천 교육당국과 학원가도 비상이다. 인천지역 교직원 가운데 53명이 이달 초 서울 이태원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돼 긴장했던 교육당국은 일단 안도했다. 이들 중 검사 대상이 아닌 6명을 제외한 47명 모두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인천 관내 5500여곳에 이르는 학원과 교습소의 종사자 1만2000여명(외국인 400여명 포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날 운영 자제 권고를 내린 뒤 자체적으로 휴원하는 학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수조사를 위한 정확한 학원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휴원율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이 학원 수강생을 비롯해 그 가족 등 학원 관련 관계자 362여명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확진 수강생 중 2명이 예배에 참여한 교회 2곳(미추홀구, 동구 각 1곳)의 신도 950명도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모두 1328명 가운데 852명에 대한 검체 채취를 완료했다. 이 중 ㄴ군 등 2명은 ‘양성’, 482명은 ‘음성’, 368명은 현재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미추홀구청 앞 운동장에서 워크스루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한 미추홀구에 있는 교회의 한 신도는 “교회 내 감염이 없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시는 지난 10일 유흥주점 집합금지명령(24일까지)에 이어 13일 노래연습장과 단란주점 등 유사유흥업소 2948곳에도 방역수칙준수 명령(24일까지)을 발령했다.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으면, 30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학원 5500여곳에도 수업 자체 요청을 통보하고, 인천시교육청 등과 함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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