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씨가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경찰이 수색하는 있다. 연합뉴스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재판부가 이춘재(56)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전국을 연쇄살인의 공포에 떨게 했던 이춘재씨가 30여년 만에 법정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는 지난 7일 오후 열린 이 사건 재심 5차 공판에서 “재심 재판 마지막 증인으로 이씨를 소환해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논란의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디엔에이(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이춘재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8차 사건의 재심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법정에 ‘증인으로 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고,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해 증인 출석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씨는 결심 전 마지막 공판기일이 열리는 11월 중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한편, 이날 증인석에 앉은 전직 경찰관 2명이 이 사건 피해자 윤아무개(53)씨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윤씨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했다는 등의 가혹 행위를 한 의혹을 받아왔다. 이들은 이날 증언대에서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 정말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다만, 이들 두 사람 모두 윤씨에 대해 구타 및 가혹 행위를 하거나 누군가 하는 것을 목격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는 증언을 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집에서 당시 13살 학생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씨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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