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수사를 의뢰한 새내기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구실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대전시 새내기 9급 공무원 고 이우석(26)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맡았던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위원장 최진석)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
고 이우석씨 죽음과 관련해 자체 조사로는 원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유족의 진술과 사건 관계자들의 답변에 차이가 커서 객관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감사위의 발표를 두고 이씨 유족은 “원인을 밝히지 못한 것은 감사위가 엄정하고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면하려고 수사기관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의 이면에 직장 갑질과 왕따 의혹이 있는데, 감사위는 이를 증명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증거를 먼저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은 감사위 발표에 앞서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만나 “감사위가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 메신저 기록 관련 비협조 △유족 의견서 접수 거부 △추가 증거자료 등 제출 요구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유족은 우석씨가 숨진 직후 업무지시 등이 담긴 공무원 메신저의 존재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어 메신저가 보관기간을 1개월, 3개월, 6개월 등으로 설정해 시간이 흐르면 삭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위에 아들과 메신저를 한 공무원들의 메신저 삭제 기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위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권한이 없다”였다. 결국 시 동료들 도움을 받아 우석씨 메신저를 확보했지만 파일이 시청 컴퓨터에서만 열리는 게 문제였다. 시는 유족이 메신저를 열람을 위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족 쪽 법률 대리인 조선희 변호사는 “결국 유족이 9월29일 시청을 직접 방문해 다른 팀 직원의 도움으로 메신저를 봤다”며 “이어 방문한 감사위에서 감사위원들은 갑질의혹을 주장하는 유족에게 ‘갑질이 성립되는 내용을 딱 내놓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 우석씨 아버지가 오히려 ‘똑바로 빨리하고 결과 알려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석씨 아버지도 “9월29일 처음 만난 감사위원회 사람이 3가지 요건(가해자의 우월적 지위, 권한 남용으로 영향력 행사, 부당한 요구나 처우)이 성립돼야 갑질에 해당한다’는 설명부터 하더라. 면담 때 유족 의견서를 만들어 갔더니 ‘징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접수할 수 없다고 해 할 수 없이 첨부서류만 건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명연 대전시 감사위원회 감사기획팀장은 “갑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공정성 차원에서 제목에 징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은 부적절했고, 순직처리·추모비 건립 등 감사위 권한을 벗어난 요구 사항도 적혀 있어 공식 문건으로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청 내부에서도 감사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많다. 문화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20년 차 공무원은 “감사위가 엄정하게 조사하면 신상필벌을 제대로 가릴 수 있어 조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감사위는 (다른 사례에 비춰보면) 불거진 문제를 최소화하고 무마하려는 기술도 탁월하다. 감사위가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광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은 “지방정부의 감사위원회는 공직기강을 세우는 것이 설립 취지인데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와 이에 따른 신상필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뢰도 존재 가치도 없다. 대전시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감사위의 역할을 규명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고 이우석씨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사해 원인과 가해자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인걸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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