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붕괴사고의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가 8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자 처벌과 재개발사업 비리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재판에서 원청인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과다한 살수를 지시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 주재로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백솔건설 대표 조아무개(47)씨,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아무개(28)씨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이 해체방법을 준수하지 않았고 건물 하부보강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과다한 살수, 미흡한 버스승강장 안전조치 등으로 인명피해를 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5층 건물을 철거하다 붕괴를 일으켜 17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한솔기업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54억원에 학동4구역 일반건축물(610개) 철거계약을 맺은 뒤 광주 현지업체인 백솔건설에 12억원을 주고 불법재하청을 준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사고는 백솔건설 조 대표가 굴착기로 철거작업을 하다 일어났다.
이에 강 소장 변호인은 “강씨가 산업안전기본법상 현장대리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8살의 피고인이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강 소장 쪽은 또 현대산업개발이 세세하게 공사에 관여했으며, 한솔기업과 공사를 나눠 진행한 다원이앤씨도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강씨 변호를 맡은 최창배 변호사는 “6월4일 현대산업개발은 먼지 발생에 관한 민원이 들어왔다며 살수차 2대를 추가해 총 4대의 살수차를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현장에서는 ‘과다한 살수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원청이 무시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 변호인도 “조씨가 전체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부실한 하부보강, 과다한 살수 등이 조씨 책임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 오후 열리는 다음 재판에 김아무개 한솔기업 대표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유족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산업개발은 우리에게 세월호 유족보다 조금 더 보상해줄 테니 합의하자고 도발해 왔다. 이는 유족에 대한 조롱이자 인격 살인”이라고 밝혔다. 유족과 37개 시민단체·정당은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재개발사업 비리와 현대산업개발 책임 규명을 촉구할 방침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한겨레 호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