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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비료 사러 갔다 허탕치는 농민들…농림부는 가수요 탓만

등록 2021-11-08 17:18수정 2021-11-10 10:14

요소비료 품귀·가격폭등에 ‘발동동’
전국 지자체들 대응책 마련에 분주
농림부 “가수요가 상황 악화시켜”
8일 오후 경기 파주시 한 농협 자재센터에서 한 농민이 요소비료를 구매하고 있다. 파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8일 오후 경기 파주시 한 농협 자재센터에서 한 농민이 요소비료를 구매하고 있다. 파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국적인 ‘요소수 대란’ 여파의 불똥이 산업계에서 농업계로도 옮겨가고 있다. 전국 각지 농협 등에서는 요소비료가 동이 났고, 이를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은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상황파악과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 가운데, 농림부는 가수요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우려했다.

 불안감에 비료사재기

농민들 사이 요소수 대란 불안감이 확산하며, 8일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요소비료 재고가 바닥을 보였다.

전남 담양 수북농협은 이달 초부터 요소비료를 1인당 20㎏ 3포대로 한정해 판매했지만 지난 6일 완판됐다. 덩달아 복합비료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수북농협의 재고물량은 지난해 이즈음에 요소 600포대, 복합 600포대가량이었으나 올해는 요소는 전무하고, 복합은 300포대 남았다. 수북농협은 비료공장에 추가 공급을 요청했으나 물량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북농협 자재판매부 김종담 대리는 “5년 전부터 자재를 맡고 있는데 요소비료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요소가 떨어진 뒤에도 하루 10~15명이 요소를 사러 왔다 허탕을 치고 가셨다”고 걱정했다.
전북 무주·완주·장수·진안군은 8일 완주군청에서 요소수 생산업체인 (유)아톤산업과 필수차량 우선공급 협약을 맺었다. 완주군 제공
전북 무주·완주·장수·진안군은 8일 완주군청에서 요소수 생산업체인 (유)아톤산업과 필수차량 우선공급 협약을 맺었다. 완주군 제공

제주지역 감귤 농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극조생 감귤 수확철이어서 감귤을 수확한 뒤 수세 회복을 위해 요소비료를 뿌려줘야 하는데 요소비료를 구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감귤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서귀포시 효돈농협은 4500여포(20㎏들이)가 남아있던 요소비료가 현재는 아예 없다고 밝혔다. 농협 쪽은 사재기 예방 등을 위해 농가당 비료 구매 수량을 20~30포로 제한했으나 지난 5일 이미 소진됐다. 200여 농가가 이미 구매했기 때문이다. 감귤농민 오아무개(58)씨는 “적정 시기에 요소비료를 살포해야 해서 지역농협 3~4곳을 다녔지만 이미 다른 농가에서 사들여서 구하지 못했다. 비료를 뿌리지 못하면 내년에 품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요소비료 품귀현상으로 가격은 5배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충남 서북부의 한 농약 판매점은 “겨울에는 요소비료가 팔리지 않아 찬밥 신세였는데 최근 요소비료를 찾는 수요가 급증해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20㎏ 한포대가 1만5천~2만원선에서 7만원까지 올랐는데도 없어서 못팔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여수의 남해화학은 요소원료 수입가격이 지난해 10월 t당 265달러에서 올해 들어 850달러까지 뛰더니, 이달에는 1000달러로 올랐다고 전했다. 중국 쪽 수입선이 끊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전환을 알아보는 중이다. 1년 전 3000t 규모였던 요소제품 재고도 현재 1600t으로 줄었다. 요소비료 값은 지난해 1포대 9150원에서 현재 1만600원으로 올랐고, 추가 인상도 우려된다.

진보당 전남도당은 지난 5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소수 대란에 따른 농업피해에 대응을 촉구했다. 진보당 전남도당 제공
진보당 전남도당은 지난 5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소수 대란에 따른 농업피해에 대응을 촉구했다. 진보당 전남도당 제공

자자체 대책마련 분주…농림부 “가수요가 문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지자체들도 대응에 바쁘다. 전남도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도내 농기계 28만대 가운데 요소수 사용 농기계의 비율과 현황을 조사 중이다. 2015년 이후 생산된 75마력 이상 트랙터와 콤바인 등이 요소수를 쓰고 있다. 트랙터의 경우 4만3천대 가운데 20%가량이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원진 전남도 식량정책팀장은 “대부분 추수가 끝나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 장기화하면 사료생산과 논밭갈이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이 요소 재고량이 바닥나는 다음달부터 요소수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송철호 울산시장이 업체를 방문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롯데정밀화학은 요소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해오다 지난달부터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3주간 생산이 가능한 정도의 재고만 보유해 다음달부터는 요소수 생산을 중단해야 할 형편인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기준 연간 10만8000여t의 요소수를 생산해 전국 유통량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전북지역 동부산악권인 무주·완주·장수·진안군은 8일 전북지역 요소수 생산업체인 (유)아톤산업과 요소수 안정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공공기관 경유 차량에 요소수 우선 공급 △요소수 확보 공동 노력 △아톤산업 요소수 생산 지원 등이 담겼다. 무주군과 장수군은 공급받은 요소수를 소방차, 산불감시 차량, 공공목적 차량에 먼저 지원할 예정이다. (유)아톤산업은 하루 평균 100t가량 요소수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요소수 비상대책 특별팀’을 구성했고, 경기도가 시·군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경유 차량 사용을 자제하는 등 전국 지자체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 대응책을 마련했다.

요소비료 수급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마다 연말에 다음해 연간 공급물량과 가격이 결정된다. 이미 올해치는 지난해 말에 결정된대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다만 가수요가 문제다. 예년 같으면 내년 3월에 사러와야 하는 농업인이 지금 사겠다고 온다. 그런 불안심리 때문에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업용 요소는 원래 중국 수입의존도가 48%였고, 그 외에는 동남아와 중동에서 52%가 들어왔다. 물량 확보가 시급한 상황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하기는 하다. 일부 보도에는 비료업체가 공장 가동을 멈출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 어려움은 있으나 가수요 문제가 문제인 것 같다. 비료업체가 수입 물량 확보를 하도록 지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이지혜 기자, 전국종합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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