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자력발전소 전경.연합뉴스
광주·전남지역 탈핵 단체가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한빛원전)에 설치된 수소제거기가 불안하다며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공동행동(공동행동)의 설명을 들어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빛원전 1~4호기에는 피동형 수소제거기, 5~6호기에는 피동형 수소제거기와 수소점화기가 함께 설치됐다.
공동행동은 국내업체가 제작한 피동형 수소제거기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제품은 백금 도금을 한 외국 제품과 달리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고온에서 불티가 날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는 최소 농도 4%, 섭씨 500도에서 발화한다. 핵연료봉은 냉각하지 않을 경우 2000~3000도까지 치솟는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수소폭발 등 중대사고 발생을 대비해 전 세계 원전에 전력이 없어도 작동하는 피동형 수소제거기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원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를 전기장치로 산소와 결합해 물로 바꿔 폭발을 막는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당시 정전으로 인해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3년 기기 도입 때나 2018년 독일 전문기관에서 성능 실험을 할 때 기기 정상 작동 여부만 판단했을 뿐 중대사고를 가장한 환경에서는 점검하지 않았다. 당시 제작업체는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않았지만 부품 검증서를 위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전남 탈핵단체 회원들이 11일 전남 영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빛원자력발전소의 수소제거기 안전성 검토를 촉구하고 있다.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공동행동 제공
지난해 7월 운영허가가 난 신한울 1기 가동을 앞두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해 2월 진행한 1~2차 실험에서도 수소 농도 4%에서 불꽃, 6%에서 화염이 발생했다. 3월 3차 실험에서는 중대사고를 가장해 수소 농도를 8%까지 올리던 중 7%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내용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내부 공익제보자에 의해 드러났다.
신한울1기와 한빛원전에 설치된 기기는 서로 다른 업체에서 생산했지만, 세라믹을 사용한 유사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영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영광 주민들은 원자력안전성검증단(2013~15년)과 민관합동조사단 활동(2017~2019)을 통해 추가 시험을 요구하고 납품업체와 구매사양서, 성능시험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해왔다”며 “하지만 한수원은 묵살하고 실험 결과를 은폐해오다 원안위가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조건에 수소제거기 시험을 요구하자 이제야 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와 폭발에 취약한 한빛원전의 피동형 수소제거기는 즉시 철거하고 안전 보장이 되기 전까지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빛원전 쪽은 “시민단체의 우려만큼 해당 기기는 불안한 설비가 아니고 안전성에도 문제 있는 게 아니다. 원안위의 성능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