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금덕 할머니의 서훈을 보류한 우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30여년 간 일제 강제동원 피해 보상을 촉구해온 양금덕(92) 할머니의 서훈을 보류시킨 우리 정부에 대해 일본시민단체도 쓴소리를 냈다.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지원회) 공동대표는 13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시민으로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며 “양국 정부의 협상을 바라보고만 있는 가해 기업과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에 온몸으로 분노한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대표는
지난 9월10∼11일 일본 무대에 올린 연극 ‘봉선화 2022’의 성과와 교훈을 공유하고 싶어 3년 만에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양씨와 연극 ‘봉선화’ 출연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회원들이 함께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4년이나 지났지만 배상이 이행되지 않는 사이, 나고야 소송 원고 5명과 한국 소송 원고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피해자도 남모르게 타계하고 있어 가해국 시민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양국 정부, 대법원뿐 아니라 방관자적 태도를 계속 취하는 미쓰비시·일본제철에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씨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찾아와 무릎 꿇더니 벌써 변했다”며 “인권상이 보류됐다는 소식에 죽기보다 원통했고 지금까지 우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1998년 결성한 나고야 지원회는 일본 정부,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일본 내 양심 단체다. 이날 나고야 지원회는 일본인 회원들이 모은 100만엔(한국 돈 946만원)을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건립에 써달라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전달했다.
광주 시민단체도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전날 성명을 내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보수단체의 색깔론으로 이정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의 인권상이 무산됐다”며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 첫해에 외교부의 일본 눈치 보기로 인권상의 독립성과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인권상이 정권 입맛에 따라 흔들리는 상이라면 인권 수호의 증표가 아니라 반인권과 타협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양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될 경우 우리 단체는 지난해 수상한 대한민국 인권상(국가인권위원장 표창-단체부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미련 없이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9일 ‘세계 인권의 날’(매년 12월10일)을 맞아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외교부 의견에 따라 양 할머니 서훈 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아 무산됐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