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7일 광주 빛고을시민관에서 열린 푸른솔합창단의 제7회 정기공연 장면. 사진 정대하 기자
“투사회보 10호가 나왔네.” 지난 17일 오후 5시 광주 빛고을시민관에서 푸른솔합창단 단원들이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중 세 개 장면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1982년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계기로 불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민 뮤지컬로 창작한 것이다. 5·18 유공자 전용호 소설가가 쓴 노랫말에 정유하 지휘자가 곡을 붙였다. 단원들은 이날 전체 13개 곡 가운데 들불야학 입학식과 5·18 <투사회보> 제작 장면, ‘최후의 항쟁’ 장면을 담은 3곡을 불렀다.
푸른솔합창단(단장 서정훈)의 일곱번째 정기공연인 이날의 주제는 ‘평안을 기원하며’였다. 푸른솔합창단은 이날 민중가요와 성탄 축하곡,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플라스틱, 플라스틱’이라는 노래는 플라스틱 사용으로 병 들어가는 지구의 환경을 함께 걱정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푸른솔합창단은 30~60대 시민 40여명이 참여하는 시민 합창단이다. ‘플라스틱 플라스틱’이라는 노래의 작사자인 임희철(61·건축엔지니어)씨는 “합창단에 참여하면서 일상에서 잊고 있던 공동체의 의미와 민주주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더라. 생활하면서 환경보호 등 작은 실천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1970~90년대 거리와 노동현장 등지에서 불렸던 민중가요는 세대간 기억의 간극을 좁히는 고리가 된다. 김한울(36·국악 강사)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즐겁게 노래하면서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민중음악 전문가인 푸른솔합창단의 정유하 지휘자. 사진 정대하 기자
푸른솔합창단은 2016년 ‘80년 5월 광주를 지켰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첫발을 뗐다. 푸른솔합창단의 산파 노릇은 단장 서정훈 광주엔지오센터장과 정유하 지휘자였다. 1980년 전남대 음악교육학과 학생으로 5·18을 겪었던 정 지휘자는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전남대 5·18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민중음악을 연구했다.
단원들은 정 지휘자의 지도로 매주 한 차례씩 한 실용음악실에서 모여 연습한다. 푸른솔합창단은 2017·2018년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또 해마다 오월국제교류음악회에 참여하고, 한일평화음악교류 공연에도 참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공연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기부한다.
정 지휘자는 “노래로 건강한 시민의식을 전달하고 아픈 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노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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