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한 신천지 교회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신천지 광주교회 제공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역학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동선 일부를 숨기거나 거짓으로 진술해 방역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보건당국이나 지방정부가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면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는 신천지 신도인 111번째 확진환자 ㄱ(20)씨가 서대문구의 동주민센터 3곳을 들렀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21일 이뤄진 서울시 역학조사에서 카드 영업을 하고자 가좌보건지소와 북가좌1동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고 진술했으나, 서대문구는 주민센터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분석해 그가 북가좌2동, 남가좌2동, 홍은2동 주민센터 등 3곳을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 ㄱ씨는 대구에 사는 신천지 신도로 지난 20일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 ㄴ(25)씨도 동선을 숨겼다. 그는 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간 적도 없고, 올해 1월부터 자취방에 혼자 머물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시티브이와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조회한 결과 그가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시민 ㄷ(27)씨는 시 역학조사에서 “신천지 대구교회에 간 적이 없다”고 말해왔으나, 시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그가 지난 16일 대구에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질본 역학조사관이 지피에스를 확인한 결과다. 이날은 국내 31번째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본 날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도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광주 남구보건소를 찾았을 때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천지 교인 파악 등에 강제력을 동원하는 지방정부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신천지 쪽의 거짓해명이 이어지자 자체적으로 감염원과 동선 파악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도내 신천지 관련 시설 353곳을 강제 폐쇄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하고, 이튿날에는 신천지 총회본부를 찾아 대치 끝에 신천지 과천교회 예배 참석자 명단을 제출받았다. 경기도는 26일 300여명의 전수조사팀을 만들어 제출받은 명단을 토대로 예배 참석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반면, 광주시는 ‘햇볕정책’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신천지 교회들이 스스로 시설 등을 폐쇄하도록 유도하고 교회 쪽과 협의해 의심 증상이 있는 신도 등을 관리하는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제적인 방식은 오히려 신도들을 움츠러들게 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의 거짓진술이 그들의 포교 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천지는 자신이 신천지 소속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기성 교회 신도 등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 신도였던 한 목사는 “신천지 신도들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항상 정체를 숨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순석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특정 종교 혐오는 경계해야 하지만, 감염병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이어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 쪽은 “위중한 상황을 맞아 방역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홍용덕 김기성 이정하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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