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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상처 덧낸 단체회장의 씁쓸한 비리

등록 2021-06-16 19:46수정 2021-06-17 14:24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2018년 10월31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장 선거 개표장에서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2018년 10월31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장 선거 개표장에서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오월’ 그것 때문에 음해 받고 그러네요.”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던 문흥식(60)씨는 지난 13일 기자가 ‘광주 건물 붕괴 사고가 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에 관여했는지’ 묻자,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도시정비업체의 협력사로 행정업무를 보조할 뿐 철거·시공 업체 선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 대행업을 하는 미래로개발을 설립한 그는 앞서 진행됐던 학동3구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상당한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가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황(<한겨레> 6월15일치 13면)을 보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칫 이 기사로 오월과 광주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황당한 참사의 진상은 각종 비리 커넥션이 낱낱이 파헤쳐져야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한겨레> 기사가 보도됐던 15일, 그가 미국에 있다는 경찰 발표를 듣고 황당했다. 기자와 통화했던 날, 그는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있었던 셈이다. 그 뒤 도피인지 일시 출국인지를 물으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던 문씨가 15일 갑자기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저와 관련한 보도로 인해 동지 여러분과 오월에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드리게 되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며 “저는 오월과 관련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월에서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저도 가까운 시일 내에 저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씨는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입건돼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문씨의 등장과 사퇴는 씁쓸한 드라마 같다. 그는 2015년 제7차 5·18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서 상이 등급으로 보상을 받았다. 그 뒤 그는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5·18 망언’ 이후 진행된 서울 국회 앞 농성 때 5·18유공자들과 안면을 텄다. 그러다가 2019년 12월 5·18구속부상자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조폭 출신 논란 속에 당선됐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여전히 5·18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일부 인사의 욕망 때문에 5·18 상징 자산인 ‘도덕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찰의 엄정한 수사로 사고의 원인과 각종 비리 의혹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 바로가기 : [단독]광주 붕괴사고 재개발조합 비리 의혹, ‘5·18 단체’ 회장 개입 정황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993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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