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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3천원 ‘공공 목욕탕’ 문 닫을라…“물 데우는 등유 값 2배”

등록 2022-07-19 07:00수정 2022-07-20 00:06

구립 선두구동 목욕탕 ‘이용료 3천원’ 10년 유지
고물가에 운영 위기…“손님 줄고 적자만 쌓여”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가격이 너무 착하잖아요.”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두구동 ‘선두구동 목욕탕’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47)씨가 환하게 웃었다. 구립목욕탕인 이곳을 김씨는 한달에 두번 찾는다고 했다.

“다닌 지 한 5년쯤 됐나? 요 근방서 배드민턴 동호회 하다가 알게 됐는데, 목욕비가 억수로 싸드라고예. 물도 개안코 시설도 깨끗하니까, 그길로 마 단골 되아부렀지예.”

목욕탕 이용료는 어른 3천원, 아이 2천원이다. 일반 대중목욕탕 이용료(7천~9천원)에 견줘 절반도 안 된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청춘목욕탕’, 중구 대청동 ‘대청행복탕’ 등 다른 구립목욕탕 가격에 견줘도 저렴하다. 더구나 이 목욕탕 이용료는 10년 동안 한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이용료를 ‘금정구 선두구동 목욕탕 등 운영 및 관리 조례’에 정액으로 정해놓은 뒤 한차례도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비 유지·보수도 구청에서 지원하는 터라 위탁 운영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이 ‘착한’ 목욕탕은 사실 선두구동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이 동네는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1971년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목욕탕 등 근린생활시설 설치가 제한됐다. 이 때문에 2300명 남짓한 선두구동 주민은 근처 남산동 등지로 20~30여분 차를 타고 ‘원정 목욕’을 해야만 했다. 금정구가 2013년 5월 약 17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이 목욕탕을 짓게 된 이유다.

이후 이 목욕탕은 ‘동네 사랑방’ 구실도 톡톡히 했다. 주민 박아무개(74)씨는 “10년 전에는 목욕탕이 없어 시내까지 차를 나가야 했는데, 목욕탕이 생긴 이후 이웃과 함께 어울리면서 씻을 수 있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이 목욕탕의 착한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주민이 아닌 ‘외지인 단골’도 생겨났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선두구동 목욕탕’. 김영동 기자

이렇게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목욕탕이 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하루 평균 200~300명이던 손님이 코로나19를 겪으며 80~100명으로 줄었다. 또 물을 데우는 데 쓰는 등유 가격도 지난해 7월 200리터에 19만원 정도였지만, 올해 7월에는 34만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목욕탕 운영자 허아무개(72)씨는 “손님은 줄었는데 비용은 더 드니 적자만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청은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목욕비를 올리려면 목욕탕 운영·관리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정구 기후환경정책팀 담당자는 “10여년 동안 물가 상승과 기름값 상승 등 에너지 비용이 증가해 목욕비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고 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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