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를 가득 메운 죽은 정어리를 창원시가 어민들을 동원해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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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떼의 동남해안 습격이 임박한 가운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책 없이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정어리를 수산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등 지자체들도 사전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5일 “연속어란채집기·과학어군탐지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지난 3월부터 정어리 자원의 변동을 집중조사한 결과 올해도 정어리떼가 국내 연안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정치망으로 수산자원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1년에는 정어리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6월부터 정어리가 잡히기 시작해 6~9월 전체 어획물에서 점유하는 비율이 48~86%를 차지했다.
주목할 사실은 올해의 경우 정어리가 4월부터 잡히기 시작해 4~5월 어획물 점유율이 각각 70%와 91%에 이른다는 점이다. 지난해보다 2개월 가량 이른 데다, 점유율도 훨씬 높다. 이승종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관은 “진해만에서 5월부터 정어리 어군의 규모와 이동 경로 등을 정밀조사하고 있는데, 여러 징후를 종합할 때 올해도 정어리떼가 연안에 대량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해안에 몰려와 죽은 정어리떼를 치우느라 지난해 가을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정어리 활용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정어리떼가 해안까지 들어와 죽으면 해양폐기물이지만, 살아있을 때 잡으면 수산자원이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는 지난달 어민들과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정어리떼가 연안에 몰려와 폐사하기 전에 적극 포획해 상품화한다’는 것이다. 일단 6월에 잡히는 길이 17㎝ 이하 작은 정어리는 쪄서 말린 뒤 마른멸치처럼 국물용 건어물로 만들기로 했다. 7월 이후 잡히는 큰 정어리는 냉동해서 양식장 사료로 공급하고, 길이 30㎝ 이상 완전히 자란 정어리는 통조림으로 만들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도 ‘어업 규제완화 시범사업’으로 멸치권현망수협 소속 경남 7개, 전남 3개 선단에 혼획을 허용했다. 지난해까지는 멸치잡이 어선이 멸치를 잡는 과정에서 정어리 등 다른 어종까지 잡으면 불법이었지만, 올해는 다른 물고기도 함께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산업계는 멸치 금어기가 끝나는 7월1일부터 멸치어선이 출어하면 해안까지 몰려와서 죽는 정어리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용석 경남도 수산자원과 담당자는 “경남의 정어리 어획량이 2021년에는 전혀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9200t이었고, 올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정어리를 수산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냉동창고 확보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섭 창원시 연안관리과장도 “바다에서 미리 잡아도 해안까지 몰려와 죽는 정어리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퇴비화 시설과 소각장, 민간처리업체 2곳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가을 정어리떼가 갑자기 부산과 경남 창원·거제·통영 등 남동해안으로 몰려들었다. 항아리처럼 입구가 좁은 바다인 경남 창원시 마산만·진동만 등으로 몰려온 정어리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창원시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한 달 동안 해안에서 죽은 정어리 226t을 수거했다. 정어리 1마리 무게를 20g으로 계산했을 때 1130만마리를 수거한 셈이다. 사태 초기에 창원시는 죽은 물고기를 ‘새끼 청어’라고 발표하는 등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혼란을 겪었다. 우리나라 연안에 정어리 자원이 급증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