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소방당국이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지난 15일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찾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집중호우 피해 지역 중 경북은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예천, 문경, 영주 등 10곳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도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은 4900여곳이 있는데 피해 지역은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아니었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사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새벽 폭우로 경북 북부 지역 4개 시·군(예천·문경·영주·봉화)에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특히 예천군에서만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산에서 내려온 토사에 휩쓸려 매몰되거나 물에 휩쓸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호우로 산이 많은 경북 북부 내륙에 피해가 집중됐다. 경북도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이 4900여곳이다. 산사태 취약 지역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집중호우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산간 계곡의 토석류가 유출돼 인근에 사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곳이다. 산림청의 기초조사, 실태조사, 전문가 검증 등을 거쳐 최종 지정된다.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사업을 해야 하고, 한해에 두차례 이상 현장 점검을 해야 한다. 이곳 주민들은 산림청의 산사태 경보 등을 재난문자로 받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많이 내린 비에 산사태 취약 지구가 아닌 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지적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산사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석우 강원대 교수(산림자원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사태 취약 지역 평가는 과거의 산사태 발생 사례를 분석해서 산사태 요인들을 점수화하는데, 강우 정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토양의 상태 등에 따라서 위험 요인이 바뀔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다양한 요인 등을 고려해 산사태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도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이라고 지자체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산사태에 대비해서 비탈면에는 더 이상 건축 허가를 해주지 않는 등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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