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눈송이는 함 위로 떨어지는데, 그렇게 쌓이는 눈, 쌓여가는 눈, 눈을 밟는 고양이의 발자국, 고양이는 지나갔나, 또 다른 고양이가 나아가고 있었나, 그 시간은 흐르고, 문득 염화칼슘 보관함을 여는 네 손이라니, 열 때 조금은 흩날려 내리는 눈, 염화칼슘을 얻은 네 표정, 이후 닫히는 함, 그 후 눈은 다시 쌓이네, 쌓이다가 녹다가 그렇게 눈의 계절은 흘러가고, 날씨는 따뜻해지고 있었는데, 너는 거닐었고, 거기 보이는 염화칼슘 보관함, 햇볕이 내리쬐네, 숱한 손발이 닿았을 테고, 생물의 흔적은 남아 있기도 했을 테지만, 여름이 되어가고 있으니 자국은 찾아보기 어렵고, 함을 열 수 있을까, 놀랍게도 여름이 되어서 네 손이 닿을까 열릴까, 눈을 털듯 하다가 함을 열어보는데, 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열어보니 그것이 있군, 그것이야, 그것을 뒤로한 채 너는 골목을 거니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볼 수 있었고……
-안태운의 시, <시 보다 2022>(문학과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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