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의 리더십, 용장·불의 지도자·아버지형 지도자·공포와 냉정의 리더십·원칙주의
김인식의 리더십, 덕장·물의 지도자·어머니형 지도자·믿음과 대화의 리더십·원칙주의
김인식의 리더십, 덕장·물의 지도자·어머니형 지도자·믿음과 대화의 리더십·원칙주의
커버스토리/‘김응용의 리더십’ 대 ‘김인식의 리더십’
1941년생
국가대표 감독
해태 및 기아 타이거즈, 삼성 감독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현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감독으로 동메달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1463승)·최장수(22년)·최다우승 감독 1990년대 중반, ‘이광환의 자율야구’가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다. 91년 프로야구단 엘지(LG) 트윈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광환 감독이 훈련과 작전을 철저하게 선수 자율에 맡기는 야구를 구사해 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자, 온 사회가 그의 지도력에 열광했다. 당시에 분 ‘자율 열풍’의 이면에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한 ‘똥침놓기’의 뜻도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한국 사회의 첫 집단 증후군이었다. 이런 현상의 제2파는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때 찾아왔다. 4강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다. 국민 모두가 나서 그의 리더십을 배우자고 아우성쳤다.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지 않고 실력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기초훈련을 중시하며, 장기적 안목에 따라 팀을 이끄는 그의 지도력은 각계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전범으로 여겨졌다. 거기에 유머를 가미한 적절한 언어 구사력과 쇼맨십 넘치는 제스처는 그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우승한 자가 강한 것이다
삼성 맡은 첫 일성
“늬들 실력 형편없어”
기죽이며 기살리기
용장의 힘은 연줄끊은 ‘원칙’
그러던 차에 ‘본받을 사람이 외국 감독뿐이냐, 한국 감독도 있다’고 치받는 책 두 권이 1년을 사이에 두고 나왔다. 한 권은 <경향신문> 전 편집국장인 이영만씨가 쓴 <김응용의 힘>(도서출판 은행나무, 2005년 2월)이고, 또 한 권은 <스포츠서울> 고진현 기자가 내놓은 <김인식의 리더십>(도서출판 채움, 2006년 2월)이다. 프로야구 분야에서만 감독의 지도력을 분석하는 두 권의 책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프로야구는 82년 전두환 정권의 정권안보 차원에서 출범해 뒷말도 많았지만,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연륜도 깊고 가장 많은 팬을 지닌 스포츠로 성장했다. 축구(83년), 농구(97년), 배구(2005년)보다 적게는 1년 많게는 13년이나 프로화가 빠르다. 당연히 쌓인 것도 많고 얘기거리도 많다. 둘째, 프로야구는 어느 스포츠보다도 많은 경기를 한 시즌 중에 소화한다. 시즌 중 비교적 경기 수가 많다고 하는 프로농구가 고작 54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한 시즌에 126경기를 치른다. 더구나 야구는 어느 종목보다 통계와 자료를 중시한다. 마라톤을 연상하게 하는 장기전에 이런저런 자료와 숫자를 보며 치밀하게 계산까지 하면서 100 경기 이상을 치러내야 하니 감독의 역할이 크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야구가 국기 취급을 받는 일본에서는 프로야구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크다. 이런 탓인지 유명 프로야구 감독은 존경받는 경영인 취급을 받는다. 불 같은 성질로 투혼을 강조하는 맹장 호시노 센이치(전 주니치 드래곤스, 한신 타이거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감의 야구’를 구사하는 나가시마 시게오(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데이터를 숭상하는 야구를 펼치는 ‘아이디(ID, input data)야구’의 노무라 가쓰야(야쿠르트 스왈로즈, 한신 타이거스)감독이 그들이다. 심지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경제 전문지 <포춘>이 2001년, 바닥을 헤매던 드림팀 뉴욕 양키즈를 맡아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을 이끈 조 토레 감독을 최고의 경영자로 치켜세우며 ‘조 토레를 벤치마킹하자’고 제언하기도 했다. 꼭 두 책이 아니더라도 김응용 감독과 김인식 감독은 훌륭한 지도력과 철학을 가진 한국 프로야구판의 빼놓을 수 없는 지도자다. 한 야구 전문기자는 “두 사람은 스타일이 매우 다르지만,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목전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이끌어 가는 공통점이 있다”며 “다른 평범한 감독보다 몇 수 높은 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둘의 공통점과 다른점은 무엇인가? 우선, 팀을 하나로 일사분란하게 묶어내 최대의 힘을 끌어내는 능력, 즉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응용 감독이 경기인 출신으로 최초의 프로야구단 사장이 되고, 한국프로야구 사상 전후후무할 기록으로 남을 한국 시리즈 10회 우승 감독의 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개성이 강한 선수를 한 손에 휘어잡을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도 그만의 흡인력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지 않았다면, 강압적인 지휘 방법을 구사하는 윤동균 감독에 집단 반기를 들고 감독을 물러나게 한 오비(OB) 베어스 선수들을 추슬려 감독 취임 첫해(1995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낼 수 없었을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최근 벌어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예선에서 아시아 최강 일본에 역전승을 이끌며 그의 지도력이 허명이 아님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곰탱이인듯 속모를 여우 김응용 이들의 강력한 카리스마 뒤에는 파벌을 만들지 않고 개인적인 인연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원칙주의가 공통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95년 오비 감독으로 컴백했을 때는 김윤겸 수석코치 한 명만 달랑 대동했을 뿐이고 지난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할 때도 ‘자기 사람 심기(?)’를 자제했다.” 이러니 한국의 운동판에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파벌이 생길 턱이 없다. 김응용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영만은 “연줄을 챙기자면 김응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북한 출신에 부산에서 자랐고 부산에서 처음 야구를 배웠다. …야구 경력이 40년 , 감독 경력이 30년, 프로야구 감독만 20년을 넘겼다”며 “(하지만)그의 주변에서 연줄로 김응용이 어떻게 했다는 얘기를 듣기 힘들다. …김 감독은 초치일관, ‘내 눈에 앞에 보이는 진실만을 챙겼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심지어 이런 오해를 피해기 위해 대스타인 이승엽과도 독대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태 수석코치, 쌍방울·OB 및 두산 감독 역임
현 한화 이글스 감독
한국시리즈 2회(95년, 2001년) 우승
제2회, 제3회 한일슈퍼게임 감독
2000년 시드니올림픽 코치로 동메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감독으로 금메달 김인식 감독이 ‘재활병동 원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멋지게 재활에 성공시킨 조성민을 영입하고서도 한일은행 시절 운동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그의 아버지와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일화는 사적인 인연을 끌어들이지도, 그런 오해를 받지도 않겠다는 단호함의 표현이다. 김응용 감독이 광주에서 유일하게 술친구로 지내던 왕년의 복서 김기수씨와의 술자리가 그의 사위인 이상윤 당시 해태 투수와 관련한 소문으로 번지자, 다시는 만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지도력은 전혀 다른, 아니 정반대의 빛깔과 냄새를 낸다. 김응용 감독이 덕아웃의 의자를 때려부수고 배트를 부러뜨려 선수들의 ‘군기’를 잡는 용장 스타일이라면,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대화를 하면서 힘을 모아가는 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김응용을 ‘불의 지도자’ ‘공포와 냉정의 리더십’ ‘아버지형 지도자’로 비유하자면, 김인식은 ‘물의 지도자’ ‘믿음과 대화의 리더십’ ‘어머니형 지도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이영만은 <김응용의 힘>에서 김응용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즉 마에스트로의 그것에 비유하며, 원칙과 균형, 관리를 카리스마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김응용 감독은 침묵과 무표정, 냉정을 통해 그 덕목을 구현할 뿐이라고 부연한다. 또 이영만은 “우리는 모두 김응용에게 속았다. 우둔해 보이고 미련 곰탱이 같은 그는 사실 여우였다”며 냉엄하고 무섭다는 항간의 평가와는 다른 모습도 있음을 애써 강조한다. ‘재활병동 원장’ 김인식 반면, 고진현은 <김인식의 리더십>에서 선수에게 던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중에 충성심으로 되돌아 오는 ‘나비효과’로, 김인식 감독 특유의 외유내강형 카리스마를 설명한다. 김인식 감독의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고질적인 손목 부상에 시달리는 김동주가 “오늘 경기는 쉬고 싶은데요”해서 “그래, 알아서 쉬어라”하고 했더니, 팀이 위기에 빠지자 손목이 아픈 김동주가 대타로 기용해 달라며 덕아웃 앞에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수에 불호령커녕 못본척
따뜻한 말 한마디
충성 되돌아오게 하는
‘나비효과’의 리더십
‘믿음’의 묘약이 승리 부른다 ‘김응용의 지도력이 좋으냐, 김인식의 지도력이 나으냐’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그들이 승패가 분명하게 갈리는 경기를 지휘하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건져올린 순도 높은 지도력을 따라 읽다 보면, 배울 만한 점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본 받을 만한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분야에서 나온 리더십 연구가 어느 때보다 값져 보인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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