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순례│책창고] ’재고도서 전문’ 시장개척 앞장 12년 헌책방 네트워크화로 유통개선 꿈도
헌책방 네트워크화로 유통개선 꿈도
헌책방 순례/책창고 ‘책창고’는 서울 동작구 남현동, 강동구 길동, 경기도 일산, 분당 등 네 군데에 있다. 한때는 신림동 ‘서울대점’을 합쳐 다섯 군데였다. 남현동 책창고(02-582-1617·bookagain.co.kr)가 본점이고 일산점은 일종의 지점 겸 물류창고다. 길동과 분당은 이곳 직원이 독립해 차린 곳으로 이름만 같다. 분당은 새책방으로 바뀌어서도 ‘책창고’다. 본점인 남현동 책창고의 모태는 1988년 대치동의 10평짜리 ‘고전서림’. 95년 50평으로 넓혀 재고서적을 위주로 ‘책창고’ 간판을 달았다. 2000년에는 온라인 헌책방, 2001년에는 일산점을 열었다. 2004 사당동을 거쳐 2005년 지금 자리로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재고도서 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대형서점의 새책 매대는 길어야 일주일 정도 신간을 전시할 뿐입니다. 잘 팔리는 몇몇 종을 빼고는 후속 신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시야에서 사라지죠. 그러면서 양서조차 독자들한테 충분히 전해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주인 이천우(53)씨는 별도의 재고도서 시장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재고도서 하면 덤핑, 수준미달, 파본 등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정상적으로는 팔리지 않을 책과 평균을 밑도는 수준의 아동도서를 중심으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서점매출이 전산화되어 한달 정도면 신간의 운명이 판가름 납니다. 이르면 그때부터 신간이 재고로 유통되죠. 우리나라는 출판사들이 모두 떠안습니다. 초판 2000부를 찍으면 평균 1000부 가량이 재고로 쌓이고, 소진될 때까지 무한정 묵힙니다. 출판사로서는 돈이 쟁여지고 더 이상의 독서인구 확장을 막습니다. 새책값으로 아깝지만 반값 정도면 비용을 지불할 독자군이 상당히 많다고 봐요.” 그는 96년 출판사 700군데에 편지를 보내 여덟 군데서 창고의 책을 대량으로 인수했다. 그 뒤 문 닫거나 이름이 바뀐 곳에서 수차례 많은 책을 사들여 유통시켰다. 3년 동안 지하철 매장을 열기도 했다. 혼자서는 소화하기 벅차 결국은 유통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때 출판계에서 재고도서 유통을 검토했어요. 하지만 내부 이견으로 흐지부지 되었죠. 신간이 팔리지 않는다, 출판사 이미지가 나빠진다, 수지가 나빠진다는 거죠. 결과는 쌓아두거나 파쇄처리죠. 두 가지 모두 손해고 자원낭비입니다.” 이씨는 출판사를 설득하고 매장을 확보하는 등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라면서…. 그한테는 헌책방 네트워크화란 또다른 꿈이 있다. 온라인 책방도 따로따로 움직여 독자들이 책의 소재와 가격을 파악하는 데 불편하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동네책방’은 뿔뿔이 흩어져 있을 뿐더러 ‘창고 겸 매장’으로 운영돼 ‘있고 없음’이 파악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이으면 유통이 빨라지며 헌책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은 뜻이 맞은 곳끼리라도 포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창고에서는 6개월 안에 재고 3분의1을 털어낼 계획이다. 할인 판매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동네 이웃들과 책잔치도 열 생각이다. 4년 동안 ‘인터넷책창고’를 통해 주인을 찾아간 책만 해도 36만권이다. “헌책방 주인들은 돈 크게 못 벌면서 자료 보관과 유통 기능을 하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돈만 아는 장사치 취급은 섭섭해요.”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연재헌책방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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