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구 전라도…방방곡곡이 고객층
헌책방 순례/수원 남문서점 수원 팔달문은 양쪽으로 이어진 성벽이 잘린 채 로터리 중간에 섬처럼 떠있다. 헐린 성벽으로 각종 탈것들이 지나가고 기능을 잃은 옛문은 허수아비처럼 설명서를 달고 있다. 조선 정조때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양주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3년에 걸쳐 축조한 화성. 거중기, 녹로 등 새로운 기구를 이용해 평지와 산을 이어 5744m를 쌓아 130ha의 내부 공간을 안고 있다. 팔달문(남문)은 서울의 남대문 격. “팔달문에서 150m 주욱 올라오라”는 주인 윤한수(39)씨의 말에 웬만한 남문서점(031-258-8425, 0607) 위치정보가 다 담겼다. 로터리라 길이 네 방향이어도 좁은 길 두 곳을 쳐내면 둘 중 한 방향일 터. 게다가 올라오라는 말은 북향이 아닌가. 그럼에도 로터리에서 주인을 불러내고 말았다. “젊으면 안 됩니까?” 주인 맞냐는 물음에 마중 나온 윤씨가 받아쳤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 진주생이다. 일찍 군대를 갔다 와 청계천 8가에서 재고도서를 취급하는 서울서적총판에서 일을 배웠다. 영등포, 신촌로터리, 광교 등지에서 한두 달 빈 점포를 빌려 ‘특판도서’를 팔아 재미를 봤다. 잘 나갈 때는 하루 한 트럭을 팔아 치웠다. 그러다 집 근처인 수원에 자리잡은 게 15년전인 1991년. 재고도서를 안고 왔으나 5년전쯤 헌책으로 중심을 옮겼다. 재고도서는 구하기 쉽지만 좁은 바닥에서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지금은 지하 60평 매장에 발안동에 100평 창고를 갖고 있는데 1년 전만해도 따로 일층 매장이 있었다. 2003년 시작한 인터넷이 자리잡으면서 굳이 지상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젊은 만큼 시기마다 적절한 판단으로 업태를 바꿔왔다. 현재 인터넷사이트(www.ibuybook.co.kr)에 올라온 책은 9만9000종. 직원 3명이 하루 300건 정도 등록한다. 가격표가 붙여진 책을 쌓아놓고 하나하나 서지사항을 입력하던 한 직원은 “좋아하는 책만 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책의 구입과 가격 산정은 오로지 주인 윤씨의 몫. 하루 접속자는 1천명에 15~30건 정도 구매가 이뤄진다. “책의 출처는 70~80%가 서울입니다. 구매자의 50% 이상이 서울 손님이고요.” 서울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책동네라고 예외는 아니다. 책은 지식 에너지. 에너지가 응축된 서울에서 중간상인을 거쳐 비교적 헐거운 지방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 반 이상의 책이 다시 서울로 역류하는 것도 불가피한 일. “나머지 반 가운데 대구와 전라도에서 주문이 많아요. 인구대비로 따지면 전라도의 주문이 많은 편입니다.”
아이들 참고서와 자신이 읽을 책 몇 권을 산 주부는 자주 들른다면서 책이 골고루 갖춰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판소리 관련 책을 5~6권 구매한 서울손님은 책값을 치르면서 예상보다 비싸다는 표정이었고 주인 윤씨는 값을 조금 눅여주었다. “서울과 수원은 30분거리인데, 심리적인 거리감이 큰 것 같아요. 그 간극은 인터넷으로 풀 수밖에 없지요.” 인터넷의 범용 책값은 결코 헐치 않은 편. 구하기 힘드니 그러려니 하지만, 만만찮게 매겨진 고서는 팔기보다는 구색이 많다는 표지 역할이다. 최남선의 <소년> 1~15호는 1천5백만원, 아름다운 도판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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