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이 만난 현대의 다윈주의자들
최재천 지음 l 사이언스북스 l 2만2000원 모든 생명은 환경에 잘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생명은 서로 다르게 자연에 적응하며 여러 종으로 분화 혹은 진화한다. ‘자연 선택’을 통한 다윈의 진화 이론이다. 다윈은 1835년 9월 남아메리카의 화산섬 갈라파고스에서 5주 동안 머물며 이 이론을 떠올렸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다윈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수많은 진화학자들은 이 학문을 더욱 ‘진화’시키고 있다. 오는 12일, 214년 전 찰스 로버트 다윈은 이날 태어났다. 다윈의 생일을 맞아 출간되는 이 책은, 한국 대표 진화학자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다윈의 제자이자 사도인 전세계 석학들(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 리처드 도킨스 등 12명)을 만나 나눈 대담을 엮었다. 수년 동안 세계 석학들과의 대담 원고 검수와 수정 작업을 거쳐 진화론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담았다. 이 책은 2012년 초판 출간 후 지난해 11월 10년 만에 개정 증보판을 펴낸 <다윈지능: 최재천의 진화학 에세이>와 짝으로 기획됐다. 2005년 최 교수가 국내 동료들을 모아 구성한 ‘다윈포럼’의 출판 프로젝트인 ‘드디어 다윈’ 시리즈 중 6번째 책이기도 하다. 한국의 석학은 동료 다윈주의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상과 업적을 넓고 깊게 탐구한다. 서울에서나 갈라파고스에서나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는 즐거움은 닮아 있다. 동·서양 사회라는 배경은 서로 달랐지만 같은 학문을 연구해 온 공통분모가 있는 석학들은 교감하고 때로는 반문하면서 다윈과 현대 진화학을 읽어준다. 자연 선택 이론의 방향성을 핀치(되새류)의 부리가 열매·씨앗을 먹는 종은 두껍고, 벌레를 쪼는 종은 뾰족하게 진화한다는 사실로 증명한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불규칙하고 돌발적인 진화의 순간을 알아내기 위해 50년째 갈라파고스에 머물며 자연을 기록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을 쓴 리처드 도킨스와 ‘한국의 도킨스’로 불릴 정도로 가장 유명한 대중과학자이자 기독교 신자인 최 교수의 긴장감 있는 토론에 빠져들면 사회적으로도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다윈주의의 파격과 파장을 헤아릴 수 있다. 이 책은 ‘다윈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갈라파고스는 과거를 보여주는 신기한 유리창”(피터 그랜트), “다윈은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 사람”(리처드 도킨스), “다윈 없이는 생명을 이해할 수 없다”(제임스 왓슨)라고 설명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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