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인터넷까지 ‘아름다움 대물림’
헌책방 순례/신고서점 족벌운영에다 대물림 헌책방이 있다. 신고서점(02-960-6423)이다. 나쁘다고? 천만에. 그렇기는커녕 아름답다. 까닭은? 헌책방이기 때문이다. 그 힘들다는, 그래서 하나둘 없어지는, 하지만 책의 순환고리를 잇는 헌책방을 온가족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대물릴 수 있는 튼실한 구조로, 19년 보시도 모자라 아들에게 이어주다니 아니 아름다운가. 88년 책방을 열어 기반을 다진 아버지 김해각(65)씨와 어머니 전춘화(60)씨. 97년 합류해 인터넷매장(www.singoro.com)을 개설하고 분류체계를 잡은 맏아들 김종명(38)씨. 그리고 책 먼지를 마다않는 둘째아들 종길(36)씨와 사위 박진호(44)씨. 아버지는 2003년 아예 사업자 명의조차 맏아들한테 넘겼다. 아버지 김해각씨. “나는 일꾼이오. 사실상 아들이 맡은 지 10년째요. 인터넷 판매는 아들의 제안이었는데, 나이 먹은 사람 몫이 아닙디다. 그리고 몇년 같이 일해보니 맡겨도 되겠다 싶었소. 이제 나는 쉬엄쉬엄 책이나 사다주고, 아들이 다 알아서 해요. 아들을 통해서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책방을 만들고 있어 보람되오.” 아들 김종명씨. “인터넷은 망일 뿐입니다. 책이 없으면 말짱 헛 거죠. 아버지가 20여년 동안 확보해 놓은 책 구하는 루트가 큰 바탕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카운터를 봐 주셔서 마음놓고 일할 수 있고요. 다른 책방과 경쟁은 해야겠지만 ‘제일 큰 책방’ 욕심은 없어요. 단지 좋은 모양의 책방으로 갖춰갈 뿐입니다.” 부자의 보기좋은 주거니받거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석관동 쪽으로 300미터쯤 언덕 마루에 자리잡은 책방은 65평. 2개 층이 나선 철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몇 개의 칸으로 구획돼 있다. 분야별로 입고순에 따라 매끈하게 정리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고 50평에도 미등록 책이 쌓여있다. 아르바이트 4명을 두어 하루 700여권을 등록한다. 그래서 현재 10만권. 매장과 인터넷 판매는 반반. 20여년 동안 이곳을 거쳐 주인을 찾아간 책은 줄잡아 100만권이다. 다들 고전하는데 이곳은 성업을 넘어 확장일로다. 무슨 비결일까.
“사들인 책 가운데 절반은 버려요. 쌓아놓으면 책이 흐르지 않습니다. 단순히 통로를 막는 게 아니라 그 책이 그 책 같아서 손님도 뜸해집니다.” 완전히 역발상이다. 그리고 인터넷 매출이 반이지만 매출로 따지기 힘든 효과가 크다. 주문이 전국으로 확대된 데다 인터넷 보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혹자는 전문화를 얘기하지만 이곳은 되레 다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책을 고루 많이 갖추고 있다. 그러자니 책을 사고 꽂고 정리하고… 낙서, 구김, 낙장 등 세심하게 체크해야 하고…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 반품은 거의 없다. 그런 탓일까. 젊은 주인 김종명씨는 아버지가 노점할 때 외상을 주었다가 단골 된 손님을 대물림했지만 정작 자신은 총각 신세다. 평일은 아침 9시~밤 10시, 공휴일은 아침 9시30분~밤 9시30분. 연중 무휴다. 다만 아버지-어머니-작은아들, 큰아들-사위 짝을 지어 격주 공휴일을 쉬어준다. 아버지는 “귀한 책은 파는 재미보다 사는 재미가 좋다”고 했고 아들은 실제로 <깁더 조선말본>(김두봉, 회동서관, 1934년)을 굳이 팔려하지 않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연재헌책방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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