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개방전략-한미FTA와 대안적 발전모델> 최태욱 엮음. 창비 펴냄. 2만8000원
잠깐독서 /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추진하기 시작한 지역주의와 FTA정책 역시 자유무역체제의 확산을 위해 특정국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공세를 가하는 적극적 시장개방 압력의 정책도구에 불과했다.” 한미FTA의 본질과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적 발전모델을 찾아나선 <한국형 개방전략>(창비)을 엮어낸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FTA정책을 한마디로 자국 절대우위의 금융자본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중의 하나로 봤다. 그것은 곧 ‘세계의 미국화’라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미국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한국이 미국화하면 최소한 미국만큼 강해지고 잘 살게(미국은 진짜 잘 살기나 하나?) 될까?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를 앞세워 1997년 한국에 강요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참화를 우리는 뼈저리게 겪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구조조정의 세례 덕에 그 이후 우리는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에 살게 됐고 미국인 삶의 수준에 더 가까워졌나?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압박하는 그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쩌면 결과가 뻔해보이는 한미FTA를 추진하는데 왜 정부는 필사적인가? 왜 거기에 모든 걸 걸고 있는가? 이일영 한신대 국제학부 교수와 정준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파악하는 그 동기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인터넷대화에서 밝힌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쇼크요법”, 말하자면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동원해 국내경제 시스템을 혁신, 선진화하겠다는 정도다. 납득할 수 있나? 지난해 5월 한신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창비가 후원한 심포지움 ‘한미FTA, 어떻게 볼 것인가’에 참석한 학자 14명도 그런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대안이 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울러 고민해보기로 했고 책은 그 결과물이다.
필자들은 결코 세계화와 개방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다만 급속하고 일방적인 개방과 충격을 통해 성장동력을 개발하려는 지금까지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로소 즉석대응에서 벗어난, 전문가들의 차분하고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된 셈인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