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조지프 스티글리츠·앤드루 찰턴 지음. 송철복 옮김, 지식의숲 펴냄. 19800원
잠깐독서 /
우선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지식의숲)은 ‘반세계화’의 선봉에 서지 않는다. 정보경제학으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되레 세계무역을 지지한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몇장만 넘기면, 그가 주장하는 세계화의 ‘실체’가 곧 드러난다.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세계화는 전세계 인류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지금같은 선진국의 일방적인 질주가 아닌, ‘게임의 룰’이 제대로 세워진 자유무역이라면 말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공정함’이다. 돈과 지식, 인적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같은 협상테이블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시장접근’이라는 이득은 선진국 이익이 걸린 분야에 집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개도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섬유 등의 관세는 다른 물품 관세보다 4배쯤 높다. 약탈방지규정, 독점금지 방안은 테이블 위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보조금은 어떤가. 미국은 온갖 국내법을 동원해 자국농민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덕분에 미국 옥수수와 밀은 원가보다 각각 20%, 46% 낮은 가격에 세계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부자나라들의 3110억달러에 이르는 면화보조금은 세계 면화가격을 끌어내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프리카의 가난한 면화 재배국가에게 돌아간다. 과거 보호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부자나라들은 입으로만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개도국의 팔을 비틀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건전한 무역질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도국을 특별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제도적 역량 모두 취약한 나라를 향한 약자우대 정신이다. 그리고 자유무역을 위한 몇가지 대원칙을 제시한다. △협정은 개도국의 ‘발전’을 담보해야 하고 △내용상·과정상 모두 공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서둘러 진행하는 무역자유화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급하게 진행 중인 우리가 귀담아야 할 충고가 가득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FTA는 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가 아닌 Fair Trade for All(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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