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화학이 없다면 멋진 사랑도 없어!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크리스틴 메데페셀헤르만 · 프리데리케 하마어 · 한스위르겐 크바드베크제거 지음. 권세훈 옮김. 유국현 감수. 에코리브르 펴냄. 2만7000원

잠깐독서 /

뭐라고! 우리 아이가 10명이나 된다고? 진흙탕 속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라니. 콘돔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구질구질하다. 얼굴은 시꺼멓고 온 몸에는 때가 덕지덕지 끼여 있다. 비누가 없기 때문이다. 키스를 하려니 입 냄새가 심하다. 몸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난다. 치약과 향수가 없기 때문이다. 악몽이다. 화학이 없다면 멋진 사랑은 꿈도 꾸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화학과 더불어 살고 있다.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코리브르)은 화학원소에서 나노입자에 이르기까지 화학의 모든 분야를 동원해 인간을 들여다보고 거대한 화학 공장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분석한다. 생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화학에서부터 화학이 걸어온 길, 인간 또는 환경과의 관계,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언급한다.

동서고금 인간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다. 세상의 모든 학문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것이다. 화학으로 본 인간의 몸은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간단하다. 산소 56.1% 탄소 28% 수소 9.3% 질소 2% 칼슘 1.5% 염소 1% 나머지 1.1%는 황, 철, 아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을 비롯해 음식, 옷, 가구, 화장품, 주방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에너지, 알코올, 의약품 등 현대 문명의 모든 선물이 화학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다. 문화재 복원이나 범죄 감식에도 화학이 사용된다. 비소나 청산가리 같은 독극물이나 담배와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백가지 해로움이 있다는 담배를 피우면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산화질소, 청산, 황화수소, 탄화수소, 맹독성 알칼로이드, 메탄올, 페놀 등 수많은 유독 화학약품들을 마시게 된다. 담배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인 니코틴 분자는 질소원자, 탄소원자, 수소원자로 이뤄져 있을 뿐이다. 책은 유전자를 이용한 암과 에이즈 치료용 새 의약품 개발도 언급해 화학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화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학 관련 분야를 공부하거나 관련 업무 지식이 필요한 직장인, 그리고 세상 이치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겐 흥미진진한 교양서다.

이충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