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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회를 바꿔나가는 세계 명디자이너들

등록 2007-03-22 19:59수정 2007-03-26 17:50

<필로디자인> 김민수 지음. 그린비 펴냄. 1만8900원.
<필로디자인> 김민수 지음. 그린비 펴냄. 1만8900원.
잠깐독서 /

‘I♥NY More Than Ever’.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지 8일이 지났을 때, 한 장의 포스터가 뉴욕 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한 일간지에 실린 이 포스터 문구는 곧이어 아파트 유리창과 지하철 벽면 등 거리 곳곳에 붙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뉴욕을 사랑한다’는 문구도 그랬지만, 심장 심벌의 왼쪽 밑부분에 들어간 얼룩진 자국이 뉴욕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포스터를 디자인한 사람은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다. 그는 자신이 1975년에 만든 ‘I♥NY’를 9·11 테러에 맞게 다시 디자인해 한 장의 포스터로 미국 사회의 진실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대목도 여기에 있다. 바로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이자, 사회를 바꿔 나가는 디자인의 힘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대를 디자인한 22명의 디자이너들의 삶과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에 이미 디자인이 인간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윌리엄 모리스나 산업체의 부품으로 전락한 당대의 산업디자인을 비판하면서 1980년대 실험적 디자인을 선보인 멤피스그룹의 에토레 소트사스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시를 통해 일찌감치 가상세계를 시각화해낸 이상을 한국 최초의 멀티미디어 디자이너로 꼽은 것도 흥미롭다. 이미 1930년대 식민지 조선 땅에서 ‘매트릭스’의 세계와 접속했다는 비유도 곁들이면서.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은 뭘까. 저자는 대한민국 1%를 향한 고가제품의 마케팅에 디자인이 활용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훌륭한 디자인은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저자가 6년반 동안 벌인 복직투쟁의 시기에 쓰여졌다. 원로 교수들의 친일 행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강단에 서지 못하게 되자, 학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던 무렵이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엔 힘이 실려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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