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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짓누르는 세상을 ‘뒤집기 한판’

등록 2007-03-15 19:31

<뒤집기 한판>조혁신 지음. 작가들 펴냄. 9800원
<뒤집기 한판>조혁신 지음. 작가들 펴냄. 9800원
잠깐독서 /

소설집 <뒤집기 한판>의 작가 이름은 ‘조혁신’. 첫 소설집이고, 그런 만큼 비교적 낯선 이름의 작가다. 작가의 이름을 근거로 이 소설집이 혁신적일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소설은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쓰여졌다. 굳이 말하자면 혁신에 강박 들려 있는 세태를 향한 ‘뒤집기 한판’이라고나 할까. 우직할 만큼 낡고 친숙한 스타일로 시종한다.

책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들이 모두 인천 송림동 산동네를 배경으로 삼았다. 일종의 연작소설집이다. 연작의 첫 작품 <부처산 똥8번지>는 11살 소년을 주인공 삼아 소설집 전체의 무대를 소개하는 구실을 한다. 무허가 보신탕집 아들인 소년의 눈에 비친 산동네는 꾀죄죄하고 궁상맞은 가운데 재개발 보상금 때문에 어딘지 들썩거리는 분위기. 소년은 ‘소나무숲’을 뜻하는 동네 이름을 근거로 소나무를 찾아 보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친구들과 작당해서 동네 유일의 부자이자 탐욕스러운 구의원 집 정원의 관상수를 몰래 캐내어 동네 언덕에 옮겨 심는다.

“나무는 이제 참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 부잣집 정원이 아닌 우리들의 세상을 말야. 비록 초라한 세상이지만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고향을 찾은 거야.”(46쪽)

인용한 문장이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소설집은 산동네의 신산한 삶의 실상을 충실히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 안간힘의 희망을 보아내고자 한다. 연작 두 번째 작품 <사노라면>에서 사소한 일로 주먹다짐을 하던 동네 사내들은 이내 화해의 술자리를 마련한다. 진짜 적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똥막대기 한 자루>라는 작품의 주인공인 똥치기 한동팔이 “똥막대 한 자루도 쓸모가 있는 법이여”(200~201쪽)라고 말할 때, 인간과 세계를 대하는 작가의 긍정적인 태도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소설집 전체의 주제는 표제작의 말미에서 씨름 코치 남구가 한 말에 요약되어 있다.

“허리가 꺾이고 눈물이 나도 이겨내야 한다. 뒤집기 한판이란 것이 있잖냐. 아무리 덩치 큰 놈이 짓눌러도 단숨에 뒤집어 내다 꽂는. 언젠가 한 번은 무겁게 짓누르는 이 세상을 반드시 한판거리로 뒤집을 날이 있을 것이다.”(234쪽)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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