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티> 코리 로젠·존 케이스·마틴 스타우버스 지음. 이동한·곽주원 옮김. 지식공작소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
에퀴티(equit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공평함과 주식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나온다. 언뜻 보기엔 무관한 듯한 두 의미는 이 책의 제목으로 선택받으면서 강하게 결합한다. 기업이 ‘공평’하려면 종업원에게 ‘주식’을 줘야한다는 것에서 출발해 노동자가 회사를 소유하는 게 마땅하다는 지평으로 확장된다. 3인의 공저자가 20여년에 걸쳐 미국의 수많은 종업원 소유 기업을 탐방한 실증적 결론이다.
종업원 지주제로 대표되는 ‘에퀴티 모델’은 주식 소유는 물론 주인의식과 공통의 헌신이라는 3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주식에 집착하는 또다른 현실적 이유는 소득=임노동의 단일고리를 끊고 노동자도 자본소득을 올려야한다는 데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자본소득 분배율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노동소득 분배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 소유제로 임금+배당+주가 차익을 얻게 되니 실업 걱정을 덜어서 좋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파산을 종업원 소유제의 파산선고로 연결짓는 음모에 대해선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대도약을 들이대며 단호히 끊어친다. 갈등과 반목이 있었느냐, 협력과 참여가 있었느냐의 차이이지 제도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종업원 지주제가 기업의 생존율과 경영성과를 높였다는 점을 통계로 입증하면서 세계적 기업인 구글이나 시스코의 오늘도 스톡옵션과 같은 종업원 소유제의 바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첨단기업이 아니어도 좋다. 샌프란시스코에선 댄서들이 카바레를 직접 인수해 스트립 클럽으로 변신시켜 ‘알몸의 이윤’을 창출했다고 한다. 에퀴티 모델은 우리사주조합이 있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종업원 소유제는 자본의 노동 포섭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은 조금은 진부해진 종업원 지주제를 에퀴티로 무늬만 바꿨다는 선입견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재벌이 공생하는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에퀴티의 상대적 진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분리돼야 한다는 소유와 경영을 노동이 주인되어 거꾸로 재결합시킬 수만 있다면 그 파괴력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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