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정신으로 무장한 일본 소출판사 순례기> 고지마 기요타카 지음 박지현 옮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던 한 학생은 C. 라이트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우리말로 옮겼다. 어디 번역뿐일까. 기획 집필 인쇄 배포의 전 과정이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으로 ‘감행되고 결행’되던 때가 있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이 뛰어든 ‘출판운동’은 이제 유격대를 넘어 정규군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일원화 된 국가적 집단체제에 반발해 투쟁했던 전공투세대가 있었다. 일본의 작지만 강한 출판사들은 바로 이 세대들의 다양한 이념과 경험의 토양 위에 자란 백화제방이다.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출판활동은 “경제적 성공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책을 만드는” 사람들, “무대 뒤에서 양질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편집자들”의 피땀과 눈물을 먹고 컸다.
일본의 작지만 강한 출판사들은 환경오염, 반핵, 시민운동 등 천의 얼굴을 가진다. 대형출판사들이 가벼운 책을 낼 때 오히려 중후한 인문서를 간행하는가 하면 일반 대중이 아닌 학자나 연구가 등 특정 독자층을 발굴하고 철저하게 관리해 판로를 열기도 한다.
따분한 주제가 하품 나고 짜증난다면, 출판창업이나 색다른 아이템을 찾는 차원에서도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현재진행형인 34개 출판사의 창업, 성장의 좌충우돌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이들 소강(小强) 출판사의 성공비결을 밑줄 좍~ 요약정리 해준다. 사소하지만 그만큼 지키기 힘든.
첫째, 창업이념과 원칙을 지킬 것.
둘째,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할 것.
셋째,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냉철히 판단하고 대응할 것.
넷째, 사람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 2003년부터 3년 가까이 <기획회의>에 연재했던 지은이는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책을 만들며 고민했던 사람이다. 그는 책의 탄생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말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유복자다. 모든 유고집은 생의 마지막 순간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일순 사위어가는 촛불 같은 것.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넷째, 사람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 2003년부터 3년 가까이 <기획회의>에 연재했던 지은이는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책을 만들며 고민했던 사람이다. 그는 책의 탄생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말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유복자다. 모든 유고집은 생의 마지막 순간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일순 사위어가는 촛불 같은 것.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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