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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조조의 후손들 ‘두부장수 조상’을 두게된 사연

등록 2007-03-15 19:39

<한학 입문>심경호 지음. 황소자리 펴냄. 3만9000원
<한학 입문>심경호 지음. 황소자리 펴냄. 3만9000원
잠깐독서/

최근 서울대 입학생들조차도 상당수가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모른다는 뉴스를 들으며,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는 이들이 많다. 특히 ‘영어 한풀이’에 몰두해온 이른바 386세대들은 날로 커가는 중국의 위세를 보며 이제 ‘한맹’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하물며 ‘한학’은 접근할 엄두조차 내기 쉽잖다. 하지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책의 서문에서 지은이는, ‘2002년 중국 절강성 조사단이 <삼국지연의>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항주 일대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보니, 조조의 후손으로 알려진 상촌의 조씨들이 조상을 두부 만드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사당의 기둥에 씌어 있는 ‘두(豆)’자가 애초 나무로 만든 제기를 상형한 글자로 ‘조상의 제사를 잘 지내라’는 뜻인데 가차용법인 ‘콩’으로 잘못 풀이해서 빚어진 웃지 못할 일이다’는 일화부터 소개하고 있다. 한자가 모국어인 중국인들도 안 배우면 잘 모르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실제로 지은이는 한자와 한글은 ‘상극’이 아니라 ‘상생’의 관계이고, 시공을 넘어 드넓은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어법이라고 강조한다. 해방 이후 급격한 서구화 물결 속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던 한문 고전이 21세기 지식사회에서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원천으로 새롭게 가치를 조명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여년간의 강단 경험을 살려 지난 2003년 펴낸 <한학연구 입문>을 일반인이나 초학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개정·증보한 책은, 단계적으로 한자와 한문의 기초, 한문 문헌 읽기와 그 사상 이해, 한시 소설 등 작가와 작품 읽기 등까지 망라해 16개 장에 걸쳐 정리해 놓았다. 특히 우리 글과 달리, 띄어쓰기가 없어 어느 대목에서 끊어 읽거나 뜻이 달라지는지 몰라 답답했던 경험이 있다면, 3장과 4장을 꼼꼼하게 읽어볼 만하다. 풍부한 예문과 인용문을 통해, 사서삼경과 춘추삼전과 같은 고전의 백미들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전의 목록과 색인, 인터넷 검색 자료, 미국의 중국학 관련 참고 목록과 전자자료센터, 국내 데이터베이스 등등등 방대한 부록과 참고정보들 만으로도 두고 두고 소장해둘 만한 값어치가 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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