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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 현실과 동떨어진 현대경제학이여

등록 2007-03-15 21:20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로버크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지음, 박만섭 옮김, 필맥 펴냄, 1만원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로버크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지음, 박만섭 옮김, 필맥 펴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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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은 과연 우리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문인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뉴스쿨 교수 등이 지은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은 단호히 말한다. 현대 경제학은 시대 과제에 입각해 현실문제를 고민하는 과학이 아니라, 자기도취에 빠진 자기 만족적 학문일 뿐이다라고. 마치 천하를 규율하려던 공자, 맹자의 실천적이고 현질적인 정치학인 유교가 나중에 유생들의 자기만족적인 철학논쟁의 도구로 전락한 것 처럼.

필자들은 경제학사에서 시대의 과제에 맞서 실천적인 해답을 모색하려는 3차례 흐름이 있었고, 이 흐름들이 경제학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이를 ‘고전적 상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마지막 고전적 상황인 케인즈 경제학이 부정당하고서부터, 새롭게 경제학을 현실의 땅에 발붙이게 하는 성과들이 없다고 질타한다.

첫번째 고전적 상황은 아담 스미스부터 시작해 데이비드 리카르도, 칼 마르크스, 그리고 스튜어트 밀로 완성되는 고전경제학이다. 이는 부르조아 사회의 성립과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시장이라는 새로운 체제 아래 자유경쟁을 전제로 하는 초기 자본주의 경제학의 큰 틀을 확립했다.

두번째가 스탠리 제번스, 이시도로 에지워스, 레온 발라스를 거쳐 알프레드 마셜로 완성되는 한계효용학파다. 이들은 개별적 인간의 경제행위를 수학적 분석을 이용해 관찰함으로써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과학으로 승격시켰다.

세번째가 대공황 등 자본주의 모순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1차대전 이후 이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의 거시경제학이다. 그는 생산과잉의 불황을 타파하고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조세·화폐·금융·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해, 주류경제학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황금시대인 196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케인즈학파의 효용성이 와해되면서 현대 경제학은 통화주의, 합리적 기대이론, 신고전파, 신케인즈학파 등으로 분열됐다. 문제는 이들이 과거와 달리 시대과제에 부응하는 해답을 별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현대 경제학이 ‘고급 이론화 작업’에 치우친 나머지 현실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들은 그 이유를 “경제학은 특별히 자본주의 사회에만 적용되는 사회적 탐구의 한 형태”인데 현대 경제학은 자본주의 특징을 반영하지 않고, 자본주의와 상관없는 특징을 바탕으로 경제학적 탐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앞서의 3차례 경제학의 고전적 상황이 자본주의와 치열히 탐구하거나 맞선 것을 상기하면 이들의 주장이 자명해진다.

그럼 경제학은 어디로 가야하나? 세계화, 대규모 인구인동, 환경문제,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로부터 자본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개입이 자본주의 작동에 더 넓고 깊게 개입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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