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칠현 빼어난 속물들> 짜오지엔민 지음 곽복선 옮김. 푸른역사 펴냄, 2만원
잠깐독서 /
출세하고 싶으면 쇼를 해라! 비정치적 결사체인 ‘쇼당’의 창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죽림칠현의 출세전략이다.
중국 초나라의 비극시인 굴원은 어부에게 말한다. “세상이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깨어 있어 추방당한 것이라오.” 어부는 “세상이 모두 취해있으면 어찌 그 술지게미라도 먹고 취하지 않는가” 묻는다. 굴원이 “세속의 티끌을 어찌 뒤집어 쓰리요”라고 하자 어부는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으면 되는 것을”이라며 되받는다. 난세를 살아가는 지식인을 가리킬 때 밥 먹듯 인용하는 대목이다.
<삼국지> 시대 위, 촉, 오나라 중 주로 위나라에서 활동했던 죽림칠현도 굴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고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낸 일곱 선비다. 무정부적인 성향으로 널리 알려진 그들은 <세설신어> 등 인물평론이나 회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그러나 과연 죽림칠현은 모두 탈속한 사람들이었을까? 상해대학 교수인 지은이는 그들의 또 다른 특징이 속물스러움이라고 갈래 잡는다. “은자는 그 시대의 풍조였다. 일단 은자가 되면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 홀로 은자로 지내면 아무런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무리를 이뤄야 한다.” 모든 죽림칠현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속내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옳거니, 그렇다면 모든 게 다 출세하기 위한 ‘설정’이란 말이지? 미친 듯 제멋대로 한다든가, 협객과 술꾼의 기질을 갖는다든가 하는 외에도 현학과 언변이 필요했다. 쇼를 해라! 절차탁마의 쇼는 계속된다.
서로 닮았지만 똑같지 않은 7개의 대나무를 하나하나 호명해보자. 불의와 맞서 싸우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혜강, 술과 시로 울분을 달랜 나약한 지식인 완적, 재물을 탐하지 않은 깨끗한 관료 산도, 세상을 퍼마신 술꾼 유령, 정신의 자유를 추구했던 반항아 완함, 뛰어난 학자였으나 권력의 꽃병이 된 변절한 선비 상수, 권력과 부귀만을 쫓는 속물로 후대에 죽림칠현에서 제명당하는 왕융.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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